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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군인이 쓴 항일 의병장의 추모사

기사승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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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일 의병장 민긍호의 추모탑에 친일파 정일권의 글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적폐라고 생각…공론화해서 시정해야 한다

 

 3월 15일 원주시 봉산동에 위치하고 있는 민긍호 의병장 묘소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110주년 기념 묘제(墓祭)가 열린다. 민긍호 의병장의 묘소는 본래 평원동에 있었으나, 1939년 흥업면 무실리로 옮겨졌던 것을 1954년 5월 북부지구 경비사령관 권준 장군이 지금의 원주시 봉산동으로 이장하였다. 이후 원주시에서 2013년 민긍호 묘역을 정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54년 민긍호 의병장 묘역을 조성할 때, 충혼탑을 함께 건립하였다. 이 충혼탑의 비문에는 권준 장군의 글과 함께,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정일권의 추모사가 새겨져 있다. 잠시 이 추모탑에 새겨진 인물들의 삶을 살펴보기로 하자.
 

 민긍호 의병장은 1907년 일제가 재정 궁핍을 이유로 군대를 해산할 때, 원주의 진위대에서 특무정교로 근무하고 있었다. 민긍호는 일제의 군대해산에 맞서 1907년 8월 5일 강원 감영터에서 의병 봉기를 선언하며 일본군과의 전투에 나선다.
 

 민긍호 의병부대는 강원, 경기, 충청, 경상도 일대에서 100여회의 전투를 벌이며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1907년 12월 전국의 의병부대가 연합해 일제를 몰아내기 위한 서울진공작전에서는 관동창의대장으로서 의병부대를 이끌고 참전했다.
 

 민긍호 의병장은 일제와 강원도관찰사가 귀순 권고에 나섰을 때, "나의 뜻은 나라를 찾는데 있으므로 강한 도적 왜(倭)와 싸워서 설혹 이기지 못하여 흙속에 묻히지 못하고 영혼이 망망대해를 떠돌게 될지라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거절하기도 하였다. 이후 민긍호 의병장은 1908년 2월 29일 원주(현재 횡성) 강림면 등자치에서 일본군과 교전 중 피체되어 순국하게 된다.

 권준 장군은 1919년 신흥무관학교 졸업 후 의열단 창단에 참여하였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대인 대한광복군에도 참여했던 독립운동가이다. "일본과 항전한 것은 그 목적이 국가주권을 획득하며 영토의 보전과 민족의 독립 및 자유평등을 쟁취하는데 있다"는 그의 어록비가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정일권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1932년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 초급장교 양성기관인 봉천군관학교를 합격하였고, 1940년에는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마치고 만주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1942년에는 모교인 광명중학교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만주국 군관으로 입대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즉, 친일의 길을 권유한 것이다.

 1944년 만주국 고급장교 양성기관인 고등군사학교에 제2기생 합격자 25명 가운데 유일한 조선인으로 입교했던 친일파로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출판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즉, 친일파인 것이다.
 

 민긍호 의병장은 일제와 정부의 '부귀영화를 주겠다'는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다 목숨을 잃었는데, 이런 분의 추모탑 글을 친일파인 정일권이 써도 될까? 이에 대해 필자는 학생, 지역주민들과 함께 민긍호 의병장의 활동지역과 묘역을 답사하며 토론을 하면, 대체로 아래와 같은 의견을 듣는다.
 

 "추모탑을 부수고, 새롭게 만들고 싶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우선 민긍호 의병장 묘역의 안내판에서라도 민긍호 의병장, 독립운동가 권준 장군을 소개하고, 정일권의 친일 행적을 함께 기록하여 교육적 활용을 높여야 한다."
촛불 혁명을 이루어낸 지금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적폐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해방 이후 더욱 득세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항일 의병장 민긍호의 추모탑에 친일파 정일권의 글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도 적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문제를 더욱 공론화해서 시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황재연 민족문제연구소 원주횡성지회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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