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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랜드(Mouseland)' 이야기

기사승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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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의 정치적 신념과 공약 알리는 선거공보물, 방송 토론회, 길거리 유세 등으로 적합한 후보 선택할 수 있는 기회 많아져야 유권자들이 바른 선택 할 텐데…

 

 마우스랜드(Mouseland)라는 생쥐나라가 있었다.
그들은 4년마다 선거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거대하고 뚱뚱한 검은 고양이를 선출하였다. 이들 검은 고양이들은 생쥐의 멋진 친구였고, 품격 있게 정부를 운영하면서 좋은 법을 통과시켰다. 이들 법안 중에는 '쥐구멍은 고양이의 발이 들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과 '생쥐는 일정한 속도 이하로 달리도록 규정'하는 것이 있었다. 물론 고양이들이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아침밥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생쥐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법안이었다.

 전보다 생활이 힘들어진 생쥐들이 이번에는 '마우스랜드의 문제는 둥근 쥐구멍이라며 우리를 뽑아주면 네모난 쥐구멍을 만들겠다.'고 하는 흰 고양이들을 뽑았다. 그러나 네모난 쥐구멍은 둥근 쥐구멍보다 두 배는 커져 고양이 두발을 모두 넣을 수 있게 되었고 생쥐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힘들게 되었다. 이러자 다시 검은 고양이를 뽑았고 또 다시 흰 고양이를 뽑았고, 심지어는 반은 희고 반은 검은 고양이를 뽑기도 하였고, 한 번은 검은 점이 있는 고양이들을 뽑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생쥐 목소리를 내는 척하면서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들일 뿐이었다. 이를 알아버린 생쥐 하나가 나타나서 "왜 우리는 고양이들을 뽑은 거지? 왜 생쥐들로 이루어진 정부를 뽑지 않은 거지?"하고 외치며 돌아다니다가 "빨갱이가 나타났다! 잡아넣어라!"는 여론에 의하여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를 감옥에 가둔 것은 고양이들이 아니라 생쥐들이었다는 아이러니이다.
 

 이는 캐나다 복지정책과 건강보험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미 더글라스의 1962년 주의회 연설 내용이다. 토미 더글라스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점박이 고양이든 모두 고양이일 뿐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생쥐에게 던져주는 달콤한 정책은 결국 고양이를 위한 것이므로 생쥐사회에서 고양이가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거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각 지역의 목 좋은 건물마다 후보를 알리는 대형 선거 현수막이 걸리고,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는 어김없이 아침저녁으로 길거리 인사를 하는 출마자들이 등장하였다. 아직은 예비후보자들만의 출현이라 다소 조용하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벌어지면 또 다시 희한한(?) 풍경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4년에 한 번씩 일곱 번에 걸쳐 이런 광경을 보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무감각해져간다.
 

 하루 종일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빌듯이 공손하게 꾸벅 꾸벅 절을 하거나 손을 흔들며 반기는 후보들의 모습이 무슨 큰 죄를 지은 대역죄인 같아 안쓰럽기 그지없고, 별로 아름답지 않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소음에 가까운 로고송과 함께 후보자 이름과 기호가 적힌 소속 정당의 유니폼을 입은 선거운동원들의 패턴화된 율동과 기계적인 인사로 지나가는 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이 어색한 풍경이 마치 대형 유흥업소의 홍보와 닮아서 나를 실소케 한다.  경쟁업소에 가지 말고 우리 업소를 찾아 줄 것과 입구에서 꼭 몇 번 웨이터 아무개를 잊지 말고 찾아주시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반복 주입시키는 유흥업소의 홍보 전략과 너무 흡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불손한 생각일까?

 후보자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공약을 알리는 선거공보물이라든가, 방송을 통한 토론회 또는 길거리유세 등으로 보다 적합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유권자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데, 매일 길가에서 반복적으로 꾸벅 꾸벅 인사하고 선거도우미들이 인도에 줄지어 서서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어색하게 율동하며 후보의 기호와 이름을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려고만 하는 것이 마치 검은 고양이를 뽑을지, 흰 고양이를 뽑을지, 점박이 고양이를 뽑을지 만을 고민하게 만드는 '마우스랜드'의 마을 풍경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선거방법이 바뀌어야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고, 보다 나은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박광필 조각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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