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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 종이접기사랑회 총무

기사승인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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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 때 시작한 봉사 "살아가는 힘"

  병원에서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절망감은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난소에 이상이 있어서 임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혼 5년 차인 29살에 생각지도 않은 몸의 변화를 느꼈다. 임신, 기적이었다.
 

 김보민(59) 원주시종이접기사랑회 전문봉사단 총무에게 '엄마'라는 이름을 선물한 딸 도우 양은 지금도 보물 1호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주변에서 정을 주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하늘은 김 총무의 편이었다. 도우 양은 크면서 건강해졌고 공부도 꽤 잘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유학을 선택했다. 설상가상 하고 있던 사업이 잘 안 돼 뒷바라지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스스로 영국에서의 생활을 잘 해냈다. 경제 상황도 나빠진 데다 딸이 없는 빈자리는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김 총무가 찾은 것이 봉사였다. 원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대학 종이접기 교육을 듣고 곧바로 종이접기사랑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렇게 시작한 종이접기 봉사가 올해로 12년째다.
 

 김 총무는 "딸에 대한 그리움, 삶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종이를 접고 봉사를 했다. 만약 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나에게 봉사는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종이접기 봉사는 매주 화요일이다. 지난해 관절염으로 다리가 아파 몇 달 쉰 것을 빼면 12년 동안 빠진 날이 거의 없다. 김 총무가 처음 봉사를 나간 곳은 장애인이 살고 있는 포도마을이었다. 장애인과 무엇인가를 해 본 경험이 없어 멈칫거리기도 했는데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장애인의 눈빛에 반해버렸다. 그들과 종이접기 하는 시간은 생애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이었다. 종이 한 장만 있으면 표현하지 못할 것이 없었다. 계곡, 산, 구두, 모자 등 무궁무진했다.  종이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며 놀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는 김 총무.
 

 포도마을 봉사 이후 성문요양원, 행복한원주노인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에 매주 화요일 찾아가 2시간 정도는 어르신들과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2016년 한지문화제 때는 한지로 장미꽃 3천 송이를 접었고, 7년 전부터는 어버이날이 되면 카네이션 3천 송이를 접어 사회복지시설 어르신들께 선물하고 있다. 김 총무는 "카네이션이 보기에는 간단해 보여도 한 송이를 접으려면 빨라도 1시간은 족히 걸린다"면서 "1월부터 회원이 각자 분업해서 카네이션을 접기 시작하는데 4월 정도는 돼야 수량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아프기도 하고 새벽까지 해야 하는 날이 허다하지만 그래도 시설에 전달하고 난 뒤의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원주시에서 주최하는 웬만한 축제에는 종이접기 체험 부스가 빠지지 않고 마련되는데 김 총무도 늘 그 자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종이접기로 봉사의 물꼬를 튼 이후 노인복지관 배식 봉사, 보호관찰소 심리 상담, 독거노인 반찬 배달, 소담봉사회, 사랑의 전화 등 1주일 스케줄이 봉사로 꽉 차있다. 좀 더 전문적인 봉사를 위해 심리상담사 1·2급, 청소년 보호사,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도 땄다.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고 말하는 김 총무는 "내 인생의 마지막 일기에는 '살아온 게 뿌듯하다'고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봉사의 참 기쁨을 깨닫게 해 주고 모범을 보여준 멘토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는 김 총무. "삶이 힘들 때마다 내가 일어설 수 있는 지팡이가 돼 준 홍연희 회장님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며 "내성적인 성격이라 한 번도 말하지 못했는데 회장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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