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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이제 사라져야 한다

기사승인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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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피해사례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돼…차별과 괴롭힘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이 필요

  직장은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공간이다. 그런데 이 직장이 편치 않다. 요즈음 연일 들려오는 미투 사례나 재벌 가족들의 갑질 행태 등이 모두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괴롭히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의 크기와 깊이는 상상 이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 특히 성폭력·성희롱 문제에 대해서 여성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법안을 마련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를 공유하는 분위기는 이제야 확산되는 모양새다. 사람과 인권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민주적인 정치적 분위기 형성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단순한 사회적 공감과 공유를 넘어서서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에 대해서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직장 내 문화를 바꾸는 본격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직장 내 괴롭힘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우선 다음 세가지 유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과 같은 '성적 괴롭힘'이다. 성폭력·성희롱 문제는 최근 연이은 미투(#Me Too)사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직장 상사가 권력과 힘의 위세에 기반하여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성적인 행위와 언동 등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미투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와 직장 문화에 얼마나 성폭력·성희롱이 만연해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둘째, 권력형 폭력에 기반한 괴롭힘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갑질'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이는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타인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다양한 횡포와 괴롭힘을 뜻한다. 대한항공 일가의 땅콩회항, 물병투척, 욕설과 고함 등이 연일 보도되면서 경악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이 역시 우리 직장 문화 곳곳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문제이다. 직장상사에 의한 신체적 폭력, 정신적 공격, 무리한 요구, 사생활 침해, 인간관계의 고립(왕따)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더해 관심가져야 할 직장 내 괴롭힘은 임신과 출산·양육 등 모성을 담당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의 문제이다. 그동안 임신·출산을 계기로 여성들이 직장을 떠나고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주목해 왔지만,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성 역할에 대한 괴롭힘을 방지하여 경력단절을 막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대처하지는 못하였다. 일본 후생성에서는 직장인 여성이 임신·출산 등으로 회사 내에서 차별 받는 것에 대하여 '마터 하라(maternity harassment)'라고 명명하며 직장 문화를 바꾸어가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모성역할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은 우리 사회 저출산을 야기하는 직·간접적인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괴롭힘의 유형이 있겠지만, 그 본질은 더 많은 힘과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힘없고 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하는 폭력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단순히 취미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껏 일하고 그에 상응한 대우와 보수를 받는 것은 개인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필수적인 일이다. 그런 직장에서 타인을 괴롭히는 일은 인권에 대한 무시이자 생계 수단을 위협하는 행위이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사회경제적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직장 내 괴롭힘은 더 이상 특정인에 의한 몇 몇 사람들의 개인적인 피해사례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성적인 괴롭힘, 권력형 괴롭힘 그리고 모성 역할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근절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법적인 대안 마련은 물론 기업 내 위계질서에 의한 폭력에 대하여 기업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방관하지 않고, 인권 침해의 문제로 인식·공감하며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평등한 직장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범사회적, 지역적 캠페인과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이수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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