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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환수 운동에 즈음하여

기사승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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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광국사탑 복원작업이 완료된 뒤 원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용산국립박물관엔 그만한 아름다움이나 위용을 갖춘 탑이나 부도 없어

 

 요즘 원주에서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파란만장한 기구한 운명으로 본적지인 원주를 등지고 있는 원주의 보물을 다시 되찾자는 '문화재 환수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 문화재가 우리의 뜻대로 원주에 올 수 있을까요?
오래전 얘기입니다. 제 취미가 사진촬영입니다. 정말 오래전 얘기이지요. 1985년 초가을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의 경복궁에 사진촬영을 갔던 일이 있었는데요. 경복궁을 한 바퀴 돌고 나오려 하는데 앞에 국립박물관이 있는 거예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박물관에 입장하여 구경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하여 박물관 앞뜰을 거닐며 전시 되어있는 석조물, 즉 부도를 구경하게 되었는데요, 여섯 점 정도의 부도가 나란히 있는데 정말 아름다운 부도였어요.
 

 전국의 부도 가운데 아름다운 부도만 모아놓은 듯, 여섯 점 정도의 부도 앞에는 조그만 설명 팻말이 있었는데 한 점 한 점의 설명을 읽다가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여섯 점의 부도 가운데 네 점 정도가 원주에서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원주에 살면서 원주가 옛날에는 무척 많은 사찰(절)이 있었다는 얘기를 간혹 듣기는 했어도 반신반의 하고 있었지요. 원주를 중심으로 백여 개의 사찰이 있었다느니 백오십여 개의 사찰이 있었다고도 하고…. 그때는 믿지 못했지요. 1980년대에도 봉산동 당간지주라던가 국형사, 구룡사 또는 부론의 법천사지, 거돈사지, 흥법사지 등 사찰이 있었다는 것은 견학을 하여 알게 되었지 그렇게 많은 사찰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중앙박물관 앞에 나란히 있는 부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름다운 부도탑이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도 원주의 것이었습니다. 그 때 부도탑 뒤에는 커다란 배롱나무가 있었는데 흔히 목 백일홍이라고도 하는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탑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부도탑이 부론 법천사지에 있었던 지광국사탑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전 중앙박물관 앞뜰에 있던 부도와는 차원이 다른 정말 아름다운 부도탑이었습니다.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탑이었어요. 배롱나무의 붉은 꽃을 배경으로 조용히 얼마동안 감상을 했는지 그때의 추억을 다시금 상기해봅니다.
 

 지광국사탑을 감상하고 근처에 탑공원에 있었는데요. 십여 개의 전국에서 올라온 탑이 있었는데. 그 곳에도 대부분 원주에서 올라온 탑들이었습니다. 그 때서야 과연 원주에 그렇게 많은 사찰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지요.
지금 지광국사탑은 대전 문화재복원센터로 옮겨져 복원작업에 들어가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조각나 만신창이가 된 것을 문화재 복원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기에 무지막지하게 시멘트로 메꾸고 복원하여 경복궁 중앙박물관 뜰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용산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준공되면서 모든 석조물은 다 이전했지만 지광국사탑은 부서질 염려 때문에 광화문 역사박물관 뜰에 그대로 남겨졌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해 부서질 위험이 있자 이번에 완전히 해체하여 복원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점을 얘기한다면 과연 복원작업이 완료된 뒤에 이탑이 원주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난다고 하는 얘기를 흔히 하는 말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용산의 국립박물관에는 그만한 아름다움과 위용을 갖춘 탑이나 부도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박물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석조예술품을 호락호락 내놓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됩니다.
 

 얼마 전 부론 법천사지에서는 '지광국사 서거 950주기 추모제'가 원주시와 문화재청 주최로 성대하게 거행되었습니다. 진작 있어야 할 행사를 이제야 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이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원주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원주사람이면 다 같을 텐데… 문화재 환수운동만큼은 힘을 합쳐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힘이 분산되면 약하게 되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은 익히 모두 아는 사실이 아닌가요?

김학철 극단 '산야'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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