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치악산 금강송 길을 걷다

기사승인 2018.05.21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봄물 가득한 구룡사계곡 너머로 하얀 수수꽃다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치악산금강숲길걷기는 수수꽃다리를 보면서의 트레일이다. 그 행렬은 2킬로미터에 이르는 구룡사 진입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900명 넘는 신청자들을 맞이하는 행사요원들은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루가 다르게 푸른색채로 채워지는 구룡계곡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고로쇠나무와 당단풍도 무성한 잎으로 하늘을 뒤덮는다. 청딱따구리가 찾아드는 굴참나무도 치악산의 토착나무라 하겠으나 뭐니 뭐니 해도 으뜸인 나무는 금강소나무라 하겠다.
 

 천지사방 어느 계곡을 바라봐도 붉은 빛의 피부를 지닌 금강소나무가 지천이다. 일찍부터 치악산의 금강소나무는 황장목이라는 이름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니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설치한 곳 또한 치악산이었다. 치악산 황장목의 쓰임새는 경복궁의 기둥을 세우는 질 좋은 목재인 것은 물론이고 역대 임금의 관을 만드는 재목도 치악산의 황장목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래서 금강송의 벌채를 막기 위해 나라에서 세운 표지석이 황장금표인 것이다. 구룡사매표소를 막 지나면서 왼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만나볼 수 있는데 이날도 황장금표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족단위로 참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산악회의 깃발이 보이는 것을 보면 다들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렇다. 등산과는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하는 것이 숲속걷기의 넉넉함 때문일 것이다. 44.6킬로미터의 지리산을 종주하고 열한 시간동안의 암릉을 이겨낸 설악의 공룡능선도 기억에 또렷하다. 계절마다 경험하는 치악산 종주도 대견한 일이라 하겠으나 정겨운 이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걸을 수 있다는 자체가 여유 만만한 트레일인 것이다.
 

 지금 치악산 구룡계곡은 왕성한 청년의 숲이다. 층층나무와 까치박달나무에 물이 오르고 고로쇠나무의 성한 잎이 하늘을 채운다. 숲속음악회의 잔잔한 울림을 듣고 있는데 기러기 줄지어 유유자적 치악산을 넘고 있었다. 문화재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국가의 사적이요, 강원도유형문화재 3호인 원주감영인 선화당을 지방의 군청청사로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으니 오래전의 일이 아닌 원주시와 원주군이 통합하기 이전인 1994년까지는 그랬었다. 물 맑고 경치 좋은 국립공원의 계곡에는 어김없이 돗자리를 펴고 자릿세를 받던 시절도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문화재의 가치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오늘의 치악산금강송길걷기는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하겠다.
 

 제주에 가면 해안을 따라 걷는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도 둘레길이 있으며 해남의 달마산 기슭에는 달마고도라는 이름의 둘레길이 있다. 지금 전국에는 산이며 바다며 강에도 출렁다리가 대세인 것처럼 하루가 멀다고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개통 100일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소금산 출렁다리가 유일하다는 보도를 접한다. 왜일까?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치악산에도 둘레길을 조성해보자. 봄에는 지금처럼 치악산 금강송 길을 걷고, 가을이 되면 수레너미재에서 흥양리 배나무 밭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누런 과실을 보고 황골삼거리의 옥수수엿냄새를 맡으며 시적시적 걷다보면 꽃밭머리까지 다다를 것이다. 꽃밭머리 언덕으로는 하얀 쑥부쟁이가 손짓하고 둘레길 언저리로 코스모스 또한 하늘거릴 것이 분명하다. 내후년쯤이면 가능할까? 사랑하는 이와 치악산 둘레길을 걷고 싶다.

한필수 원주문화방송 전 보도부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