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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의 아쉬움과 신설 학교를 향한 바람

기사승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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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설립될 신설중학교가 명문학교로 자리매김 하여 폐교에 대한 지역주민과 동문들의 설움 달래 주길 기대

 

  지금으로부터 46년 전 3월, 제법 쌀쌀한 찬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남짓 걸어간 곳은 중학교 입학식이 있었던 날이었다. 집과 학교 거리를 측정해보니 이십리길(8km)이었다. 매일 걸어서 등·하교했으니 왕복 사 십 리 길을 어린 발걸음으로 열심히 다닌 셈이다.
 

 워낙 멀다 보니 겨울이면 캄캄한 새벽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새벽잠을 설치시며 행여 늦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맘 놓고 주무실 수나 있으셨을까? 이른 새벽마다 자식 따뜻한 밥 먹여 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시던 어머니가 어느덧 백발 무성한 94세이시다. 아직도 밥은 먹었냐 하시며 아들 걱정하시는 어머니, 뒷모습 바라보면 기력이 없어 축 쳐진 어깨에 힘없는 발걸음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등하굣길은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어려움이 있었다. 여름철 장애물은 섬강이었다. 그 강을 건너야만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가을에 놓은 섶다리는 이른 봄까지는 건너다닐 수 있었지만 행여나 비라도 조금 많이 오면 힘없이 떠내려 가버리는 섶다리였기 때문이다. 강을 건널 수 없을 때는 산을 넘어 나룻배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2㎞ 더 걸어가야 된다. 강물이 적당히 줄어들면 가장 낮은 여울목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건너다녀야 했다. 겨울철에는 눈길을 걷다 보면 운동화가 젖어 동상이 걸려 고생한 적도 있다.
 

 추억이 남다른 학교는 바로 지정중학교이다. 1969년 개교해 작년 46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재학생은 21명이다. 이제 지정중학교의 전통의 맥을 멈춰야 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부득이 폐교를 해야 한단다. 모교가 영구적으로 소멸되는 섭섭함과 현실적 상황 앞에 깊은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인 것이다. 인근 기업도시에 새로운 교육인프라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신설 중학교를 설립해야만 한단다. 교육부 중앙재정이 투입되는 신설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조건부가 주변학교 2~3개 폐교가 필수 요건이다. 몇백 억이 투입되는 이전 설립은 열악한 도교육청 재정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폐교의 결정 또한 모호하긴 하다. 현재 재학생 학부모의 과반 의결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도시 내 신설 중학교는 2020년 3월 개교가 목표다. 현 재학생 중 2018년에 입학한 1학년 학생만 신설학교 3학년으로 편입된다. 현재 2~3학년은 신설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이미 졸업 후에 일이다. 그 학생의 학부모들도 폐교 의결권이 있는 것이다. 그분들이 반대하는 건 아마도 자식의 모교가 없어지는 아픔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모교의 폐교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대안이 있지 않을까?' 교육청 담당자와의 논쟁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폐교가 아닌 이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로 우겨 보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이전은 중앙재정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재학생 부모들이 적극 반대하면 폐교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기업도시 내 중학교는 무조건 신설 설립해야만 하는 실정인 것이다. 신설학교는 최첨단 시설로 최적화된 교육현장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여건이 좋은 학교에 자식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폐교 안 해도 자연 폐교될 것인데 어차피 그럴 거면 폐교가 원칙이라는 논리다. 매우 아쉽고 억울하지만 주변 상황변화에 따른 운명이라 생각할 수 밖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같은 관내에 신설된다는데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일이어야만 한다면 과거에 집착보다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길을 찾는데 마음을 열어나가야 함이 옳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폭넓은 교육을 받으며 맘껏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1949년 12월 31일 법률 제86호로 제정돼 공포된 교육법 제1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이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써의 자질을 구유 하게 하여 민족국가에 봉사하게 하며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 홍익인간의 이념은 무수한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도 하지만 교육이념으로도 흠잡을 데가 없다.

 개인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민족과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참인간 교육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말로 이해된다. 새롭게 설립될 신설 중학교가 시대를 앞서가는 참 인간을 길러주는 온상이 되길 바라며 부디 명문학교로 자리매김하여 지역주민과 동문님들의 폐교의 설움을 달래 주길 바란다.

김현기 지정중학교 운영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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