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전관예우와 사법농단

기사승인 2018.06.18  

공유
default_news_ad1

- 돈이 없는 자체가 곧 죄가 될 수 있는 우리의 현실…30년 전 인질범 지강헌의 절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직도 유효한 말로 느껴진다

 

  88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탈주범들의 인질극이 있었다. 탈주범 중 5명이 새벽에 북가좌동 가정집을 침입, 14시간에 걸쳐 전국에 생중계된 인질극을 벌였다.

 이들이 탈주와 인질극을 벌인 이유는 560만원을 절도한 자신은 17년을 살아야 되는데 600억을 횡령한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은 겨우 7년형을 받은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범행한 사건이었다. (그나마 전경환은 2년 만에 풀려났다) 이때 인질극을 벌이며 외친 탈주범 지강헌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지금도 심심찮게 인용되고 있다.

 즉 돈이 있을 경우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을 경우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로 자본주의에 사는 서민들에게 돈이 없는 자체가 곧 죄가 될 수 있다는 참으로 신랄하게 우리사회를 비판하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전관예우란 행정관청, 법원 등의 공공기관이 해당기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공직자, 특히 고위직을 지낸 전직 공직자를 전 동료이자 선배로서 예우하고, 그에 따라 전직 공직자가 공공기관의 업무에 계속하여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영향력을 기대하고서 퇴직한 공직자를 높은 연봉을 줘가면서 고용하는 것이고, 특히 해당 공직자가 근무했던 공공기관과 관계된 사건의 자문, 소송, 기타 해결을 의뢰하기도 한다. 높은 연봉이나 많은 돈을 받은 전직 공직자는 그 값어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 대하여 영향력을 미치려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로비가 일어나기도 한다.

 설령 전직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이나 로비를 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에서 먼저 알아서 전직 공직자의 업무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업무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되는 것이다.
 

 특히 법조계에서 이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퇴직한 뒤 변호사 일을 할 경우 현직 판·검사가 재판이나 수사에서 특혜를 주는 전관예우'가 문제인데, 현직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91%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전관예우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판사나, 검사로 있다가 퇴직한 자는 1년 간 마지막 근무지에서 변호사 개업을 못하고, 현직에 있었던 시절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전관예우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변호사법이나 변호사업 관련 윤리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수임제한 기간이 끝나자마자 '수임제한 해제' 광고를 내서 영향력(?) 있는 사건을 수임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법조계의 새로운 풍토가 생기게 되었고, 수임제한 해제 광고를 안내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변호사협회는 2016년 6월 27일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개정하여 "수임제한의 해제 광고"를 금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사건으로 법원이 휘청거리고 있다.
 

 당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청와대 설득방안'으로 과거사 국가배상 제한 사건, 통상임금 사건, KTX 승무원 사건, 정리해고 사건을 대통령과 '재판 거래'를 한 '사법행정권 남용'을 하였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이에 따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발 및 수사 의뢰·촉구, 청와대와 거래에 거론됐던 재판 당사자들의 대법원 건물 점령 항의집회, 진보 판사들의 뒷조사 문건의 공개 요구, 고법부장회의 직전에 나온 98개 법원행정처 문건의 전문 공개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언제부터 돈의 노예가 되어 가진 자의 편에 서서 자신들의 집단이익에만 집중하는 사법부가 되었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청와대와의 거래로 인한 KTX 승무원 사건의 패소 판결로 절망감과 빚 부담으로 힘들어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억울함과 엄마 없는 어린 딸의 삶은 도대체 누가 보상할 수 있단 말인가?
30년 전 인질범 지강헌의 절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직도 유효한 말로 느껴진다.

박광필 조각가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