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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말, 꿰어서 보배

기사승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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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은 시설물 건립 등 신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창의력과 상상력 통해 새로운 매력물이나 관광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삿갓, 홍길동, 성춘향의 공통점은 무었일까? 조선시대의 실존 또는 가공의 인물들이다. 또한 역사(야사) 또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는 모두 각 지자체가 심혈을 기울여 육성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들이다. 강원 영월군은 2009년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개칭하고 김삿갓문학관을 건립하여 지역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고, 전남 장성군은 홍길동테마파크와 홍길동축제를 개최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또한 전북 남원군은 매년 5월 열리는 춘향제를 모티브로 관광객 유치에 매진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기존의 장소나 물건, 또는 관광지에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 문화 등을 입혀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거나 기존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시설물의 건립 등 신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하여 새로운 매력물이나 관광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통일신라 말기,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각 지역에서 농민반란과 더불어 호족들이 독립적인 세력권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몰락한 신라귀족의 후예인 궁예는 892년 북원(현재의 원주) 양길의 휘하로 들어간다. 신임을 얻은 궁예는 700명의 군사로 대관령을 넘어 명주(현재의 강릉)의 신라귀족 김순식을 항복시키면서 군사가 3천500명으로 불어난다. 이 여세를 몰아 철원으로 진출하여 고려의 전신인 태봉을 건국하게 된다.

 훗날 고려개국의 중심세력이 되는 환선길, 복지겸, 은부, 이흔암 등이 모두 양길의 수하였다가 궁예의 사람이 된 것이다. 즉 궁예는 고려건국의 인적, 물적 토대를 이곳 원주에서 확보한 것이다. 말년의 실정이 아니었다면 고려의 태조는 왕건이 아니라 궁예였을 것이다. 
 

 1592년 4월 부산에 상륙한 일본군은 파죽지세로 한양으로 진격한다. 제1군을 이끈 고니시 유키니카는 1만8천700명의 병력으로 추풍령을 넘어 청주를 거쳐 한양으로 향했으며, 가토 기요마사는 2만2천800명의 제2군을 이끌고 언양, 경주를 거쳐 문경에서 1군과 합류하여 충주를 거쳐 한양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남한강 일대의 주요 사찰들이 모조리 일본군에 유린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론면의 거돈사와 법천사, 문막의 흥법사 등이다. 원주 소재 사찰은 아니지만 충주 청룡사나 여주의 고달사도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한다. 처연한 정서의 환기와 사색으로 이끄는 침묵이 있는 고즈넉한 폐사지는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민주주의의 암흑기였던 1974년 원주 원동성당에서는 강렬한 정의의 외침이 터져 나온다. 지학순 주교의 "유신헌법은 무효" 발언이다. 이 발언의 댓가로 그는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유신시대를 넘어 5공시대까지 민주화운동의 큰 흐름을 이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결성되는 계기가 된다.

 그해 9월 전국의 청년사제 300여명이 원주에 모여 결성된 이 그룹은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을 세상에 알려, 6월항쟁과 대통령직선제를 이끌어 낸 주역이 된다. 지난 연말 개봉된 영화 1987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당시 치안본부 박처원 치안감(배우 김윤식분)의 말도 안되는 말과 함께 당시의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현대사와 민주화를 이야기 할 때 이곳 원주의 지역적 의미를 제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금산 출렁다리가 우리 원주의 히트상품으로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 인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유리다리, 곤돌라, 소라계단 등의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폐선되는 원주역부터 치악역 구간에도 다양한 관광시설의 설치가 계획되고 있다. 물론 이런 기본적인 하드웨어도 필요하다.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스토리텔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로 대히트를 친 춘천 남이섬이나 태양의 후예로 큰 인기를 누렸던 태백의 좋은 예가 우리 주변에 있다. 스토리텔링이란 좀 심하게 말하면 없는 이야기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어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물며 우리 원주는 이렇게 역사에 기반한 꽤 괜찮은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다. 꿰어서 보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인증심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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