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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쌀)농업의 현실

기사승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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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생산량이 여유롭다고 쌀 농업 기반까지 훼손하는 것은 문제…피임 장려하다 반세기도 안돼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는 인구정책처럼 될까 우려

 

  40여년 전만해도 쌀 수확량이 부농의 척도였다. 정부도 다수확을 위해 품종개량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지금은 논 농업과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논에 벼를 심지 않고 휴경하면 보상을 해주고, 타 작물을 심으면 현금으로 지원해준다. 이로 인하여 해마다 논 농업 경지면적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흥업면 흥대뜰의 경우 가을이 되면 황금들녘이 됐었는데 지금은 밭이나 비닐하우스, 인삼밭, 묘목장으로 변모해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제지할 법적근거가 없다고 한다.
 

 논 농업은 농사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적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홍수 시에는 1차적 담수 역할을 하고, 지구 온·습도 유지 조절, 지하수 공급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을 하는 논 농업이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고, 농민들에게마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증가하면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조금 오르면 매스컴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은 뒷짐만 지고 무대책으로 농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기초 생산비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하지만 소리만 요란하지 실익은 없는 것 같다. 또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때만 되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쯤에서 쉽게 잊어버린 쌀의 가치를 생각해 보자. 1970년대엔 대농의 경우 일꾼을 1년간 계약해서 농사를 지었다. 그때 연간 품삯은 상일꾼이 쌀 7가마로. 경제적 가치가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능공 하루 일당이 쌀 1가마 가격을 상회한다.

 그나마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아파트 경비로 근무하시는 분들도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로 15일 근무하면 월 2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요즘 시세로 환산하면 한 달에 쌀 10가마니 값을 받고, 1년이면 쌀 120가마니를 수확하는 셈이다.
 

 농민이 논농사를 지어서 쌀을 120가마 수확하려면 약 40마지기(6천평)를 농사지어야 하며 트렉터, 콤바인, 이양기 등 1억 원 정도의 농기구가 있어야 한다. 고가의 장비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임대해 쓰기도 하지만 생산비가 수익의 절반이상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이 우리나라 논 농업의 현실이다. 쌀값 하락은 기계화 영농으로 생산비가 절감되고, 단위당 생산량 증가와 소비감소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책임을 농업인에게 떠넘기고 넘어가기엔 정부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가 빠른 시간에 발전할 수 있었고 안정적인 나라가 되기까지는 1차적으로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력과 땀을 흘린 농민들의 수고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쌀 생산성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논 농업은 관수시설이 꼭 필요함으로 타 용도로 작물을 경작할 경우 논 농업을 하려면 복구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쌀 생산량이 조금 여유롭다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고, 생산기반의 보존을 위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 인구증가율 감소를 위해 온 나라가 정책적으로 피임을 권장했지만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출산 장려정책을 하루가 다르게 쏟아내고 있다. 쌀 농업역시 생산 환경과 바탕을 대책 없이 훼손하고 등한시 하여 인구정책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수고에 감사하고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주자. 그리고 멀리 보는 농업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오세성 원주시품목농업인연합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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