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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 아카데미극장으로

기사승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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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극장을 다시 운영하는 건 젊은 세대로 하여금 원주가 가치를 중시하는 도시로 기억하게 하는 좋은 방법

 

 아카데미 극장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몇 해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편안함도 좋지만 옛 시간과 기억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인 만큼 조금 불편해도 이야기가 있고 기억과 역사가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이 돼가고 있다. 오래된 책방, 중국집, 백반집은 이미 전국의 탐미주의자들에게 행복한 방문지가 되고 있다.

 옛 흔적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사람들로 하여금 단지 추억에만 머물게 하지 않아 생존이 가능했다. 오래된 집은 그 나름의 기품이 있고 새로운 가게들은 젊은 주인들만의 활력과 기품이 있다. 중앙시장에 젊고 개성 있는 가게만 있는 것 보다 오래된 가게들이 함께 공존함으로써 그 가치가 돋보이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내가 사는 문막 후용리에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 관객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관객들이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공연을 보기 전에 하는 동네 산책이다. 담장너머 빨래 줄에 걸려 있는 이불이며, 마당에 널어놓은 각종 채소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잘 갖춰진 현대적인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일과 공연장이 위치해 있는 옛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의 주변환경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노포라는 단어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점포"를 일컫는 말이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해 온 단어는 아니었는데 최근 이 단어의 사용은 오래된 식당, 대장간, 세탁소 같이 우리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그래서 더 귀해진 가게들의 가치가 재발견되면서 쓰이는 말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노포를 찾아 전국 각지를 여행한다.

 심지어 외국의 노포를 방문하고 그 감동과 사연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는 경우도 있다. 100여년 된 식당, 구멍가게, 과자점, 심지어 100년 이상 된 우산가게를 찾아내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노포들에게 관심 갖는 이유는 도시가 발전하면 가장 쉽게 사라질 가게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게 대부분은 큰 돈을 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가 변화하고 발전하면 제일 먼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카페, 레스토랑, 펍, 프랜차이즈 빵집 등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젊은 가게들이 대체한다.
 

 노포에는 그곳에서만 파는 물건의 개성이 있다. 한두가지 물건 만 지속적으로 만들거나, 가공·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내공이다. 그리고 그 시간속에서 갈고 다듬어진 공간과 도구가 있다. 장인의 도구와 공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많은 사람의 기억과 역사가 있다. 어렸을 적 자주 찾았던 책방을 아들과 그 아들의 아들이 다시 찾아 혹 부모의 젊은 시절 기억을 발견 할 수 있다면 이건 노포만이 줄 수 있는 큰 감동이다. 노포가 사라진다는 것은 기억과 역사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다음  복원하는 것은 비용으로도 가치로도 부족함이 많다.
 

 노포와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일산동 옛 시청 건물을 철거 할 때, 명륜동 옛 보건소 건물을 철거 할 때 다른 방법은 없는 건지 궁금했다. 결국 원도심 정주인구는 거의 사라지고 유동인구도 대부분 신도시 주변으로 옮겨간 지금 원도심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은 오래된 것들, 기억과 이야기가 있는 것들, 역사가 있는 것들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을 다시 살리자는 시민들의 요구가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아카데미 극장을 존치시키고 다시 운영하는 건 젊은 세대로 하여금 원주가 가치를 중시하는 도시로 기억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풍물시장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흥정하고, 시장 안 노포에서 이제는 귀해진 올챙이국수 한 그릇 사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모두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로 인해 주변 노포들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밀려나거나 문을 닫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원영오 극단 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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