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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안녕하셨습니까?

기사승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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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 필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환경을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더위가 물러간다는 절기 처서(處暑)가 지나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니 매섭던 폭염도 자연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그러나 올해 폭염을 좀 유별났던 더위 정도로 치부하고 지나치면 안 될 거 같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31.2일) 최장 기록을 갱신했고, 원주는 부론면이 41도까지 올라갔다. 이에 정부는 폭염을 재난 상황으로 설정하고 에어컨 가동을 위한 누진세 경감, 저소득층 복지정책 등을 손질하고 있으나 폭염이 끝나가자 시들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받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사회』는 1995년 7월 시카고에서 일주일간의 폭염으로 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사회문제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사망자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유색인종이 몰려 사는 빈곤 지역일수록 폭염 피해가 컸는데 높은 사망률을 보인 지역 10곳 중 8곳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사는 곳이었다.

 올 폭염의 사망자 현황을 보면 8월 15일까지 온열질환 사망자는 48명으로 지난 7년간 연평균 10.7명의 4.5배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시·도별 사망자 수는 경북 10명, 경기 5명, 전북 5명, 강원 4명, 전남 4명, 서울 4명, 경남3명,  인천 2명 등으로 인구대비로 보면 경북, 강원, 전남 등 농어촌지역이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많았다. 또한 빈곤농가와 고령농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폭염을 무릅쓰고 일하다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언론에서 종종 접했다.
 

 『폭염사회』에서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오번그레셤이라는 지역에 집중하는데 이 지역은 부유층이 사는 지역보다 오히려 폭염 피해가 덜했다. 오번그레셤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자연재난을 이겨낼 수 있는 지역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이었다. 원주에서는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이 광복절을 현대적 의미로 재조명하여 '빈곤해방의 날'을 선포하고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 영세노인의 자립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

 전남 광주에서는 주민자치위원이 생수를 기부하고 건설사가 살수차를 동원하고 지역협의체가 나서서 독거노인과 경로당을 방문하여 수박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지역공동체에서 폭염 이겨내기를 시도하였다. 저자는 폭염을 재난뿐만 아니라 사회 불평등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공동체에서 찾고 있다.
 

 올해는 폭염이 지나자마자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져서 비 피해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여름이 이렇게 더웠으니 겨울에는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한파가 몰아칠 거라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름다웠던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계절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온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유럽도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사람들은 올 폭염이 앞으로 다가올 지구의 자연재난의 서막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따라서 국가나 지방정부는 폭염 등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환경을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올 봄 중천철학도서관 강좌에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이 방문하여 "제가 어렵게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할 때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자리를 잡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환경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질 것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지만 환경과 생명 그리고 공동체를 중심 주제로 녹색평론을 창간했어요"라는 이야기가 올여름 폭염을 지내면서 더욱 또렷이 가슴에 되새겨진다.

류희경 중천철학재단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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