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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춤을

기사승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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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극복하고 싶었던 이미지였던 '군'과 우리민족의 정서가 아니었던 '춤'을 결합해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었다.

  '거리가 춤춘다! 도시가 춤춘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주 원주를 형형색색으로 수놓았던 2018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 어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상의 공간을 공연장으로 바꾸고, 관객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며,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도시와 사람, 춤이 만나는 거리공연형 축제로, 지난해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다.
 

 해외 12개국 38개팀 1천605명을 포함하여, 총 230개팀 1만4천여 명이 참가한 이번 축제는 구도심 원일로와  따뚜공연장을 무대로 화려한 각국의 퍼레이드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또한 다이내믹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인디밴드, 국악, 스트릿댄스, 마임 등의 공연이 펼쳐졌으며, 먹거리존, 체험존, 프리마켓 댄싱존, 홍보존, 예술체험판매존 등의 다양한 부대행사도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축제의 공식 명칭은 '군과 함께 하는 2018 원주다이내믹 댄싱카니발'. 필자는 여기서 '군' 과 '댄싱'이라는 두 개의 핵심키워드에 주목한다. 우리의 약점이라 생각했던 '군사도시 이미지'를 오히려 전면에 내세웠다. 지역의 36사단이 행사주관으로 참가하고, 군복체험, 군번줄 만들기, 군장비 전시 등의 컨텐츠로 군체험부스가 등장하였다. 댄싱도 기본적으로 서양의 정서이지, 우리민족 고유의 것은 아니다.

 서양의 가족행사 등에서 흔히 보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이 어울려 춤을 추는 장면 등은 우리네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리의 정서는 춤보다는 노래와 그 맥이 닿아있다.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등 전국 거의 모든 지방에 아리랑과 각종 민요들이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고, 일본에서 시작된 가라오케(가짜 오케스트라)가 우리나라에서 노래방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여가활동의 대명사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각종 TV프로그램에도 노래(가요)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많다. 전국노래자랑을 필두로 열린음악회, 가요무대, 나는 가수다, 주부가요열창, 히든싱어, 복면가왕등 언급하기 숨가뿔 정도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은 완전히 무장해제된다. 육군은 병력이 10만 명으로 제한되고, 해군의 함정숫자는 철저한 통제를 받게 되었다. 아울러 공군은 원초적으로 불허되었다. 그러자 독일은 육군 10만 명을 전원 장교와 하사관으로만 충원하였다. 이는 필요시 징집을 통해 수십만 대군으로 즉각적으로 편제가 가능한 군대가 되는 것이다. 해군의 함정숫자 통제는 잠수함부대 육성으로 그 돌파구를 찾았다. 개전초기 독일군 잠수함부대의 위력은 연합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원천불허된 공군은 다수의 항공클럽을 창설, 운용하여 유사시 즉각 공군으로 전환가능토록 하였던 것이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 군대는 단숨에 유럽 전역을 석권하게 된다. 발상의 전환이 역사의 전환이 될뻔한 경우다.
 

 1984년 미국 대선후보 토론장. 73세의 공화당 레이건 후보와 56세의 민주당 먼데일 후보가 맞붙었다. 먼데일은 "당신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었다. 레이건의 약점이라 판단해 고령을 들춰낸 것이었다. 그러자 레이건은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라고 했다. 먼데일은 "무슨 뜻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레이건은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라고 답했다. 시청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레이건의 완승이고 먼데일의 완패였다. 만약 레이건이 "나이는 많아도 건강에 문제없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시청자 앞에서 팔굽혀펴기 시범이라도 보였다면 먼데일의 전략에 말려들게 되었을 것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매우 우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은 우리가 그토록 극복하고 싶었던 이미지였던 "군"과 우리민족의 정서가 아니었던 "춤"을 결합하여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 생각을 바꾸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통찰력을 발휘하면,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 되고, 약점은 강점의 절친한 친구가 되며, 폐품은 명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인증심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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