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경력단절여성, 성평등이 해법이다.

기사승인 2018.11.12  

공유
default_news_ad1

- 임신과 출산이 사회적으로 지지받는 성평등한 노동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자녀양육과 돌봄은 남녀가 공유해야 한다.

  올 해 6월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재임 중에 아기를 낳고 6주간 출산휴가후 복귀했다. 또 지난 9월 UN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평화회의'에 생후 3개월 된 딸을 데리고 참석해 모유를 수유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2013년 독일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7남매의 어머니였으며, 같은 해 스페인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카르메 차콘 피께라스 마드리드 법대교수 역시 여성으로 임신한 모습으로 의장대를 사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최정상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현직에 복귀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비현실적인 장면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들이 국제 경쟁력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는 여성가족부가 신설한 '경력단절 예방주간'으로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5세에서 54세 기혼여성 905만여 명 중 경력단절여성이 무려 181만여 명이다. 일을 그만둔 이유는 결혼(34.5%), 육아(32.1%), 임신/출산(24.9%), 가족 돌봄 (4.4%) 순으로 출산과 양육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경력단절여성이란 '15~54세 기혼 여성 중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 교육, 가족 돌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을 지칭한다. 여성고용과 관계된 법에서는 결혼이나 임신을 이유로 퇴직시킬 수 없게 되어 있으나, 많은 여성들이 관행적으로 결혼·임신을 이유로 퇴직 압박을 받거나, 육아와 병행하기 힘든 어려운 조건으로 일터를 떠나고 있고 그 대부분은 30,40대 여성이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가 일을 그만두는 것은 어쩔 수 없다거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여성의 경력단절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퍼져있다. 그런데 과연 여성의 경력단절이 이 문제의 해법이 되고 있는 것인가 심각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OECD 국가 중에서 여성의 경력단절이 두드러지는 나라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그래프가 30대를 전후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M자형 취업유형(M-curve)을 보이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다른 국가들은 남성들처럼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경제활동참가율이 계속 유지되다가 퇴직연령 시점에서 낮아지는 유형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경력단절이 심한 우리나라와 일본은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의 문제도 심각하다. 올해 2분기 출산률은 0.9로 세계에서 첫 번째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중단이 출산율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젊은 여성들은 '저출산'이라는 표현이 여성을 출산 도구로 여기는 개념이라고 생각되어 불쾌해 하며, 차라리 결혼하지 않고, 커리어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또한 자녀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은 더 이상 둘째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고 단언한다. 여성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임신만으로도 직장에서 눈치보거나 떠나야 하고, 보육체계의 미비로 온갖 책임을 져야 하고 또 재취업시에는 사회에 뒤쳐진 인력으로 보는 시선과 낮은 대우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하는 여성에게 몇 백만원, 몇 천만원을 주겠다는 도구적 정책은 전혀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여성의 경력단절과 저출산의 심화라는 이율배반적인 문제를 동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성평등한 직장문화와 노동시장 체계의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직업경력에 불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으로 지지받는 성평등한 노동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자녀양육과 돌봄은 남녀가 함께 협력하고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최근 저출산으로 인한 지방소멸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데 이 역시 출산수당과 같은 단기 대증적 방식이 아닌 직장과 가정의 성평등 환경을 조성하는 포괄적 인식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강이수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