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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도 역사다

기사승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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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성동 희매촌 도시재생사업은 도로 개설이나 건물 신축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앙시장 2층을 미로시장으로 성공시킨 것처럼…

 

  나의 약점은 내가 볼 때 약점이지, 남이 볼 때는 그 사람만이 가진 특징일 뿐이다. 남은 나에 대하여 장단점을 분석해 볼 정도로 관심이 많지 않다. 학성동 희매촌은 우리가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이고 지역이지만 원주이외 지역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청량리, 인천, 부산들의 특정지역과는 명성(?)이나 규모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수년전 서울 종로 피맛골을 현대적인 빌딩으로 대대적으로 재개발하자, 골목에 있던 주당들의 사랑방 청진옥, 연탄삼겹살로 유명한 남도식당, 비오는 날의 필수코스 열차집, 짜장면 명가 신승관, 생태찌개의 대명사 안성또순이 등등, 수많은 노포들이 현대식 빌딩으로 들어가거나 이리저리 흩어졌다. 예전의 음식맛은 유지될지 몰라도, 그 정취는 찾을 길이 없어져버렸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피맛골을 그렇게 사라지게 만든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는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타이캉루라는 지역이 있다. 가로, 세로 100여m 정도의 자그마한 지역이다. 유럽식 건물과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상하이에서 좁은 골목으로 미로형태인 이 지역은 우리나라 피맛골의 하드웨어와 청담동의 소프트웨어를 융합해 놓은 듯한 분위기로 카페, 주점, 공방, 갤러리들이 밀집하여 밤낮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원주역 구내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138호인 급수탑이 있다. 1940년 일제강점기 당시 증기기관차 급수시설로 사용되던 시설이다. 지금은 전혀 필요없는 시설이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과거의 건물이나 시설을 헐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복원을 하자면 많은 돈이 들거나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철거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말 없는 급수탑은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피난민의 힘겨운 삷의 터전으로 시작된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인 감천마을은 헐어버리고 현대식아파트를 올리는 대신 문화예술을 가미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였다.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형성된 집들을 파스텔톤으로 채색하고, 골목골목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설치하는 한편, 입주작가들의 공방을 통해 각종 공예체험을 가능하게 하여 연간 185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로 불리며 한국관광의 별, 한국관광100선에 빛나는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되었다.
 

 블랙투어리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현장,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유태인수용소 등 과거 재난 현장이었거나 어두운 역사를 가진 지역이나 건물을 둘러보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거나 미래의 각오를 다지기도 하는 관광의 형태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김영삼정부 초기, 중앙청으로 사용하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언제든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그 돌들을 번호를 새겨 모두 보관하고 있다. 일제 식민통치의 아이콘과 같은 아픈 역사의 상징이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필요시, 다시 재건립 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놓은 것이다.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할 때에도 교각 몇 개는 남겨서 하구쪽에 전시되어 있다. 지난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은 DMZ내의 GP를 모두 철수하면서 역사적 상징성, 보존가치, 차후 평화적이용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각1개소씩을 보존키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다.
 

 학성동 희매촌이 도시재생사업으로 정비된다고 한다. 원주의 도시발전을 위해서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도로 개설이나 건물 신축을 최소화하고 기존 건축물을 카페나 공방, 갤러리, 여성비전센터 등 다양한 방안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중앙시장의 2층을 미로시장으로 바꿔 성공시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원주다. 승리의 역사는 성취와 자신감을 준다. 패배의 역사는 반성과 교훈을 준다. 흑역사도 역사다.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인증심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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