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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와 맞선 10년간의 기록

기사승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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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장편영화 '졸업'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장편상

   
▲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영화 '졸업' 스틸사진.

상지대 총학생회장 출신 박주환 감독 제작

▲ ▲ 박주환 감독

사학비리세력에 맞선 상지대 민주화투쟁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이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에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은 상지대 구성원들의 민주화투쟁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다큐인(대표: 박종필)'이 제작해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길(남태제 연출)'이 구재단과 김문기 씨에게 초점을 맞춘 서사라면, '졸업'은 구재단에 맞서 투쟁의 길로 뛰어든 평범한 학생들이 그 중심이다.

다큐 '길' 제작에 조연출로 참여한 상지대 총학생회장 출신 박주환(32) 감독이 2009년 9월부터 10년간 직접 현장에서 촬영하고 기록한 내용이다. 집회와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아 온 학생들이 투쟁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카메라에 담았다.

대학의 부당함에 항의하던 총학생회장이 부총장에게 뺨을 맞고 욕을 먹는 장면, 졸업식날 학사모를 쓰고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집회 도중 경찰들에 들려 끌려가며 울부짖는 학생들의 모습 등 영화는 당시 상지대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승현, 윤명식, 전종완 씨 등 상지대 전 총학생회장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외로움, 고독 등 사건 속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대로 전달한다.

2010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상지대 이사회에 비리로 퇴출된 구재단을 복귀시키기로 결정한다. 당시 학교를 휴학 중이던 박 감독은 유튜브를 통해 그 결정에 분노하는 동료 학생의 모습을 우연히 보고 투쟁의 중심에 뛰어들었다. 구재단과 김문기 전 이사장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거창한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유튜브에서 본 동료학우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그들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9년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한 '열혈시민제작단'에 참여해 '나의 학교'라는 제목으로 7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작된 기록이 1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적보다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촬영을 이어갔다.

박 감독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이전과 다른 정책을 펼치면서 한 대학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통해 한국사회 10년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거창한 이념보단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각자에 위치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운 이들이 2016년 촛불혁명의 시작이었다"고 언급한 박 감독은 "구재단이 대학을 사유화 하는 동안 가장 고통받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기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졸업'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하나의 상황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지 보여준다. 상지대는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였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는 대학 민주화의 상징이 됐지만 사학 정상화, 혹은 학내 민주화 투쟁이라는 이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감정을 '졸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박 감독은 "상지대는 민주화가 됐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이번 수상이 나만의 성취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현장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행위가 인정받고 위로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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