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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와 기준에 대한 단상

기사승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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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임의의 잣대를 선별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계산 착오로 폭발한 나사의 화성기후 탐사선처럼 국민의 저항에 결국 폭발하고 말 것이다.

 

  '미키(mickey)'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월트 디즈니의 캐릭터 미키 마우스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미키'가 나타내는 것은 생쥐 캐릭터만이 아니고, 컴퓨터 화면상에서의 마우스 이동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이기도 하다.
컴퓨터의 입력 장치인 '마우스(mouse)'는 손에 쏙 들어오는 둥근 몸체의 모습이 쥐와 닮았다고 마우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마우스의 이동 거리 단위는 '미키 마우스'의 이름에서 따와 '미키'가 되었으며 해상도를 가름하는 척도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길이, 무게, 부피, 시간, 온도 등의 양을 수치로 나타내기 위한 다양한 단위를 만들어 사용한다. 신체 치수를 재거나 화면의 길이를 나타낼 때 자주 사용하는 '인치(inch)'는 중세 유럽의 길이 단위로 이는 엄지손가락 첫 번째 마디의 길이로 정해졌다.
 

 '피트(feet)'는 말 그대로 한 발의 길이에서 유래됐다고 하고, 골프를 칠 때 많이 사용되는 '야드(yard)'는 영국 헨리 1세의 팔길이로 정하였다고 하고 '마일(mile)'은 로마 시대 행군단위로 두 발자국을 한걸음으로 하여 천 걸음의 거리를 1마일로 정했다고 한다.
 

 서양의 단위들이 근대 이전까지는 전제 왕권에 의해 기준들이 정해졌다고 본다면 우리의 그것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이 한 시간에 걷는 거리는 10리, 한 사람이 누울 만한 넓이는 평, 목마른 사람이 단숨에 들이켤 수 있는 물의 양은 홉, 한 말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땅의 넓이는 마지기라고 했다.

 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18세기 말에는 약 800개의 이름으로 25만여 개의 길이·부피·무게 단위가 쓰이고 있어 혼란이 극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파리과학아카데미에서는 가로·세로·높이 각 10센티미터 정육면체 부피는 1리터, 1리터 부피 4℃ 물의 질량을 1킬로그램, 1킬로그램 물체를 초당 1미터 가속하는 데 필요한 힘은 1뉴턴(N), 1기압에서 물 1그램을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1칼로리(㎈) 등으로 정했다. 1799년 백금으로 된 표준 미터 원기를 만들면서 프랑스는 처음으로 미터 단위 사용법을 제정했으며 이를 역사가들은 미터법 혁명이라고 부른다.

 199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억2천500만 달러를 들여 쏘아 올린 화성 기후 탐사선이 286일의 항해 끝에 화성에 닿자마자 폭발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록히드마틴의 탐사선 제작팀이 야드와 파운드로 탐사선 제원 정보를 작성했는데, 운용사인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조종팀은 미터법으로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140∼160km 높이의 궤도에 자리 잡아야 할 탐사선이 계획보다 100km 아래인 60km 지점의 낮은 궤도로 진입하면서 대기권과의 마찰열을 견디지 못해 폭발하고 말았다. 서로 다른 단위의 사용으로 인한 혼동이 어이없게도 탐사선 폭발을 초래한 셈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당시 대법원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로비 활동을 위해서,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선 판사들에게 배정된 자금을 횡령하여 불이익을 주고, 박근혜 정부가 승소를 요구하는 재판 결과를 미끼로 판사의 해외 파견 근무 자리 증원 등등 청와대와 뒷거래로 인해서 대부분 1심과 2심에서 나온 결론이 3심인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법 농단을 말한다.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고자 신청한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은 '제 식구 감싸기'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법원이 통일되고 일관된 기준의 잣대를 사용하지 않고, 자의적인 임의의 잣대를 선별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단위의 혼동에 의한 계산 착오로 대폭발한 나사의 화성기후 탐사선처럼 국민의 저항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에는 대폭발하고 말 것이다.

 아직까지 미터법을 표준 도량형으로 채택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미얀마·라이베리아 3개국뿐이라고 한다.

박광필 조각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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