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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부탁해'로 본 2018년의 반성과 다짐

기사승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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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변화를 외면하는 현실을 자주 보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이웃이 이렇게 많을 수 없다.

 

 해마다 이쯤되면, 한해를 '되돌아 보며', '반성과 다짐'이라는 단어를 글머리에 쓰는 것은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다. 한해를 나는 어떻게 살아냈는가 되돌아보는 것은 새해를 맞는 이에게 부여된 책무이기도 하다.

 올해는 그 책무를 색다르게 해보련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를(나는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주의자이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은 책의 일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해본다. 전공 서적을 빼고 36권을 대출하였는데, 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시집은 전무하다. 여전히 감성지수가 낮거나 없는(?) 상태로 1년을 지냈구나 하는 반성과 더불어 2019년 첫 대출 책 제목이 어떠해야 하는지부터 다짐한다.

 권석천의 '정의를 부탁해'는 금년에 처음 대출한 책이다. 제목이 눈길을 끌었고, 올해의 언론인상이나 대학생들이 닮고 싶은 언론인을 선정할 때 이름을 맨 위나 그 언저리에 올려놓던 손석희 씨가 빼놓지 않고 읽었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권석천의 신문칼럼을 책으로 모은 것이다. 

 1. "거칠고 생경하다. 나꼼수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순치되지 않은 그 근성만큼 인정하고 싶다. 제도권 언론이 죽도 밥도 아닌 무언가에 위축돼 있을 때,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검열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의 '쫄지마' 정신은 대중 속을 파고 들었다".
 

 근성과 위축 그리고 자기검열에서 한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근성을 갖고 주장하였지를 그리고 내가 사실을 말할 때 얼마나 자기검열로부터 자유로웠는지를 되돌아본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성이 필요하거나 위축되어야 하는 언론 환경은 애초에 없었을 뿐더라 내가 그 만큼 대중 스피커로서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반성과 다짐은 과한 듯하다.

 그런데 일상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와 얼마나 근성을 갖고, 위축됨도 자기검열도 없이 소신을 내 의사를 전달했을까는 의문이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다"고 말하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사실과 다름을 주장하는 이가 상처받지 않게끔 주의를 기울인다는 핑계 하에 자기검열은 여러 차례 있었다. 결과 역시 흡족하지 못했다.  좀 더 세련되게 혹은 한번 더 전달하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이미 확신하는 것과 그것을 꺼내는 것의 차이를 일갈한 권석천의 글을 읽은 효과를 본 것 같다.

 2. "확신하는 것과 그 확신을 입 밖에 꺼내는 것엔 차이가 있다"는 나로 하여금 확신의 바탕과 생명력이 어디 있는지를, 꺼내는 그 순간까지 점검하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나의 확신을 타인이나 조직에게 강요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을 반대로 해서 잃을 것이 크다는 것도 알았다. 덕분에 길지 않은 메모습관에서, 메모의 깊이와 정갈함이 더해질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다.

 3.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한 인간이 되지 않겠다는,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키우지 않겠다는, 작지만 단단한 결심과 행동들이 모일 때 변화는 현실이 된다"
올 한해, 우리는 변화를 외면하는 현실을 자주 보았다. 우리들의 단단한 결심은 커녕 한없이 물러터졌고, 결심은 했었는가 조차를 물어야 할 정도였다. 행동은 너무 게을렀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이웃이 이렇게 많을 수 없다.
 

 김용균이라는 불리는 비정규직 청년이 그렇다. 비정규직은 우리 사회의 외주화된 위험을 온전히 받아드려야만 하는 고통스런 존재의 대명사 일뿐이었다.
서지현이라는 성폭력 피해여성은 어떤가? "검사인 자신조차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견고한 남성중심의 가해를 자행해왔고, 그 고통을 외면해 왔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은? 집단사고(Group thinking)가 마약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내부논리에 포획되면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한 것을 넘어, 사회가 자신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망각한 채 착시와 오만 그리고 자신들의 이해를 공익과 등치시키게 된다는 것을 확인해 준 사건이다.

 이제 다짐을 해야겠다.
새해에는 나를 비롯한 남은 자들의 역할이 순치되지 않은 근성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 사실을 외면한 확신을 꺼내 들지 말고,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나열된 고통을 공감하고, 변화를 위한 작은 행동들이어야 한다.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위해서.

류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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