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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 신하연 씨

기사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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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키우며, 벌 기르는 재미 쏠쏠"…교직 생활 과감히 포기하고 양봉·화훼로 구슬땀

   

"남자도 힘든데 젊은 여자가 왜 농사에 매달리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 일이 정말 좋은걸요. 꽃하고 벌을 키우는데 요즘은 애들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로 살아요. 전 오히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재밌는 일을 안 하는지가 더 궁금해요" 

흥업면 사제리에서 벌과 화훼를 재배하는 신하연(34) 씨는 청년농부다. 정년퇴직한 부모님이 농사에 뛰어들자 신 씨도 농부가 됐다. 아침마다 150군 벌집을 살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반질반질한 날개를 요리조리 움직이거나 뽀송뽀송한 꿀벌 솜털을 보고 있으면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벌들이 침을 놓는 일도, 몸에서 자신만의 색을 발산하는 것도 그녀에겐 모든게 흥미롭다. 

"한 번은 벌에 쏘여 얼굴 반쪽이 심하게 부어 오른 적이 있어요. 양봉이라는 게 어렵고 힘든 일인데 벌에게 쏘이게 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 드는 게 보통일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런 제 모습조차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마치 만화 속 아수라백작이 된 기분이었어요. 젊어서 이런 일도 해보지 또 언제 해보겠어요"

대학 때 전공은 농사와 거리가 먼 산업디자인이었다. 교직 이수를 수료했고 고등학교에서 3년간 기간제교사로 재직했다. 부모님이 모두 교사였던지라 누구보다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정규직 자리는 쉽게 나지 않았고, 일에 치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농사였다.

"때마침 부모님 모두 퇴직하던 시기였어요. 흥업면에 땅이 있었는데 유리 온실 짓고 화훼를 시작하려고 했지요. 저도 교직을 그만두고 본격 화훼에 매달리게 됐어요. 독일까지 가서 플라워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은 양봉도 같이하고 있는데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훨씬 편해졌어요"

그녀는 밀개국, 칠자화, 히솝, 레이스 파슬리 등을 재배한다. 개화시기가 되면 농장 주변이 온통 연보라색이었다가 하얀색으로 변하고, 진보라색에서 노란색으로 만개한다.

형형색색 꽃들이 농장을 가득 메우면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진다. 신 씨는 꽃들에 소나무 장식을 더해 온라인에서 팔고 있다. 다른 매장들이 그녀의 손재주를 따라할 정도로 인기가 제법 많다.

양봉에도 열심이다. 신 씨는 숙성 꿀 제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 벌꿀보다 비싼 편이지만 영양 성분이 월등해 강남 등에서 꾸준한 수요가 들어온다. 올해는 부모님과 로얄제리를 만들어 승부를 낼 계획이다. 염가 꿀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도 나만의 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신이 작용했다. 

"가늘고 길던 흰 손이 통통해지고 거칠어지니, 어떤 친구는 글썽글썽한 눈물을 지으며 핸드크림을 왕창 사다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예전 모습이 아무리 화려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꽃을 키우면서 양봉도 하고, 취미 생활로 드론까지 하는데 그야 말로 힐링이 따로 없어요"

그녀는 원주4-H연합회에 가입되어 있다. 협동조합광장 생생마켓에서 4-H 회원인 조정치, 임승규 씨와 만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나이 또래의 청년 농업인을 만나기가 힘들었는데 4-H를 알고 나서 갈증이 풀렸다.

"생생마켓에 나가니까 사람들이 다 놀라더라고요. 농부들은 자기네들이 섭외해서 왔었지 스스로 찾아온 농부는 제가 처음이라는 거예요. 곤충을 하는 임승규 씨하고 고구마를 재배하는 조정치 씨를 그 때 알게 됐어요. 그들 덕분에 원주시4-H연합회에 가입했고 같이 활동하면서 친구가 됐습니다"

2017년에 가입해 삼토문화제, 문막농협 옥수수축제 등에서 함께 활동했다. 정보를 교류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애를 쌓고 있다. 올해는 회장으로 취임해 회원들을 돌볼 계획이다.

회원들이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판매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가기 위해서다. 최근 4-H연합회에 가입한 결혼이민자 회원을 위해서라도 다문화가정 돕기에도 열심을 낼 계획이다. 

"서로 어떤 품목을 재배하는지는 알아도 어떻게 농사짓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일을 도와주려 해도 전문 분야가 다르니 힘든 상태입니다. 그래서 서로 알아가며 일손을 돕고 회원 교류도 활성화할 계획이에요. 그렇게 하다보면 농산물 홍보나 판매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부모님과 앞으로도 건강하게 일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바라던 교직의 뜻은 접었지만 부모님을 도우며 행복하게 사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부모님이 교사였던지라 제가 교직을 포기하고 농사짓는 모습을 어떻게 보실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아버지가 '하연아, 네가 자랑스럽구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지난 날 힘들어하던 딸의 모습보단 농사로 안정을 찾은 지금의 모습을 더 높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 모시며 늘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변함없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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