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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기사승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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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굽이길을 원주올레로 이름을 바꾸자. 그리고 돈 좀 쓰자. 네이밍을 위해서 돈을 지불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올레길, 둘레길, 굽이길, 갈맷길, 누리길, 나들길, 호반길 등등, 전국 각 지자체가 개발, 운영하고 있는 길의 이름들이다. 총 542개라고 한다. 물론 해파랑길처럼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어 중복 계산된 숫자도 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최소 100개 이상의 길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지역의 길을 제외하면 다른 길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제주 올레다. 제주올레는 길의 수퍼갑이다.

 일본 큐슈는 제주올레의 네이밍과 브랜드가치에 주목했다. 큐슈의 걷기길에 올레라는 이름을 붙이고, 걷기길 운영의 노하우 등을 도입하면서 연간 일정금액의 돈(일종의 로얄티)을 지불하고 있다. 물론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한국 관광객이나 도보여행객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 가치를 평가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과거 KBS 개그콘서트에서 박성광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는 유행어를 남긴 적이 있다. 1등을 제외한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비애를 대중의 언어로 리얼하게 표현한 것이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금메달만 기억될 뿐이다. 선거는 또 어떠한가? 당선자와 낙선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마케팅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버버리,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햇반, 대일밴드, 쭈쭈바 등 일개 브랜드명이 그 상품을 나타내는 보통명사가 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명사를 넘어 동사로까지 발전한다. 구글은 검색하다, 제록스는 복사하다, 페덱스는 배송하다의 의미로 영국 캠브리지사전에 올라있다. 1등의 힘, 네이밍의 파워, 브랜드의 강력함이다. 과거에는 물건만 좋으면, 즉 컨텐츠만 훌륭하면 잘 팔렸다. 지금은 포장도 컨텐츠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아니 포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유니클로는 시니어들이 주로 착용하여 젊은이들이 외면한 내복을 기능성을 높이고 옷맵시를 보강하여 히트텍이라는 이름으로 대힛트를 쳤다. 요실금팬티는 스타일팬티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기저귀코너에서 팬티코너로 자리를 옮기면서 눈부신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또한 이태리 수첩브랜드 몰스킨은 수첩을 "쓰여지지 않은 책"으로 명명하여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온천지대에 간헐천 게이시르가 있다. 보기는 깨끗하고 맑아서 손 담그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온도가 섭씨 100도를 넘는다. 쓰여진 팻말은 절대 손 담그지 말 것 뭐 그런게 아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병원 62킬로미터"이다. 화창한 봄날, 구걸하는 장님이 들고 있는 푯말은 "저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 였다.

 주의를 끌지도 못하고 돈을 던져주는 사람도 적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여인이 문장을 바꿔주었다. "참 화창한 봄날입니다. 하지만 전 볼 수가 없네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빈 깡통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말(이름)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수 있다. 광고계의 전설인 데이비드 오길비의 말이다.

 원주걷기코스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원주걷기길 통합홈페이지가 구축된다. 홈페이지에는 원주굽이길 21개코스가 소개된다. 또한 코스지도 및 세부노선, GPS정보뿐만 아니라 인근 식당과 숙박업소, 교통정보등 도보여행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여 외부인도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얼마전 한국 마라톤의 영웅 이봉주선수를 굽이길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필자는 더 근본적인 제안을 한다. 원주굽이길을 원주올레로 이름을 바꾸자. 원주시 올해 예산이 1조원이라고한다. 돈 좀 쓰자. 십만분의 일만. 큐슈올레가 제주올레에 지불하는 돈이 연간 백만엔정도이다.

 제주와 원주는 도시명에 '주'가 들어가는 전국 15개 도시로 구성된 '전국 동주도시 교류협의회'의 회원이다. 원활한 협조가 예상된다. 네이밍을 위해서 돈을 지불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주올레는 출렁다리 시즌2가 될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인증심사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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