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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선(83) 만물청과 대표

기사승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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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일"

  남부상가 정문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가게가 있다. 15㎡밖에 안 되는 공간이지만 있을 과일은 다 있는 62호 만물청과. 황원선(83) 대표가 남부상가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한 건 20여 년 전 쯤이다. (구)명륜파출소 옆 건물 2층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문을 닫았다. 35년 넘게 했던 사진 일을 접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샛별사진관에서 사진기사로 일하다 신신사진관 등을 거쳐 내 이름을 따서 황원사진관을 차리고 참 좋았었는데 시대 변화는 어쩔 수 없었다"며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황 대표.
 

 생계를 책임 져야하는 가장으로서 무엇을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평생 사진 일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러다 과일 장사가 떠올랐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을 도매 값으로 사서 판매하는 것이라서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운 좋게 남부상가 입구에 자리가 났다. 새벽3시에 일어나 농산물도매시장에 나가 과일을 고르고 7시면 장사를 시작했다.
 

 황 대표가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남부시장은 꽤 장사가 잘 되던 곳이었다. 그만큼 찾는 시민들도 많았고 인근에 원주고, 원주여고, 상지여중·고가 있다 보니 기본적인 유동인구가 많았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많아 초창기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배달도 다녔었다.
 

 "우리가 다른 집보다 과일 값은 조금 비싼 대신 정말 맛있고 좋은 상품만 판매한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비싸다고 하지만 한번 거래한 사람들은 꼭 다시 온다"고 자부하는 황 대표. 상품 만큼은 최고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손님도 늘어나고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만물청과를 찾는 손님들 덕분에 두 아들 공부 가르치고 황 대표 부부도 밥 굶지 않고 살고 있다며 멋쩍게 웃는다.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특별한 노하우를 묻자 대답은 간단했다. "눈으로 봐서 좋으면 된다. 대형마트에서 과일 포장을 굉장히 화려하게 하는데 그건 상품에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전통시장의 특징이 소비자와 눈을 마주치고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일 수가 없다."
 

 만물청과의 효자 과일은 사과다. 황 대표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일이 썩어서 박스 통째로 버리기도 했고 진열대 바로 위 천정에 냉온풍기가 있어 과일이 쉽게 시들거나 무르기도 했다. 냉난방을 해야 하니 꺼달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온기가 들어가지 않게 비닐을 씌워놓기도 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봤지만 과일 신선도를 지키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남부시장번영회에 부탁해 진열대 위 냉난방기만 껐다.
 

 장사하며 어려웠던 점을 묻자 "어려웠던 얘기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1998년부터 장사가 안 된 것 같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눈에 띄게 줄었고 남부시장 현대화 사업 등 이것저것 많이 해봤지만 쉽지 않다. 중앙시장 쪽에는 사람이 많은데 이곳은 주로 50대 이상만 온다"며 한숨을 내 쉰다.
 

 남부시장을 살리기 위해 번영회에서 임원으로도 오랫동안 활동했다. 번영회 부회장을 8년 정도 했고 상임이사와 감사까지 역임했다. 부회장을 할 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충주 등 전통시장 벤치마킹을 많이 다녔다.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이 죽었다. 이마트 들어올 때 전통시장 상인들이 단합해서 해 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지만 못 막았다. 결국 곳곳에 대형마트는 들어서고 전통시장은 설 자리를 잃는 것 같다"며 잠시 하던 말을 잇지 못했다.
 

 남부상가에 입주한 상인 중 나이로는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많다보니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동료들도 적지 않다. 인터뷰 하는 내내 할 이야기 없다며 손사래 치던 황 대표는 "남부상가가 생긴지 36년인데 그래도 살았을 때 남부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을 보고 싶다. 이렇게 나와서 자리를 지키며 전통시장이 잘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본다"고 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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