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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저춤을 지키는 사람들

기사승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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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주민 화합 위해 개발…10년째 사랑 받는 춤사위

   
▲ 지난해 윈터댄싱카니발에서 대상을 수상한 호저마을춤.

화려한 빛깔의 의상과 구성진 우리의 가락, 우아한 춤사위가 어우러진 호저마을춤은 지역행사마다 선보이는 호저지역 대표 춤이다. 결혼이민자와 지역주민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10년 째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호저마을춤이 마을 대표 유희로 꿋꿋히 자리잡은 데는 마을 사람들의 끈끈한 결속력과 마을문화에 대한 애정이 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여성결혼이민자 지역통합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호저마을춤은 여성결혼이민자와 지역주민들 간의 화합은 물론, 조용하던 마을에 건전한 놀이문화를 가져왔다. 강원도 아리랑을 배경으로 우리 나라 노동사위인 보리밟기 동작이 더해진 단순하지만 기품 있는 춤동작은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하기 쉽게 만들었다.

한국 남녀팀과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등 6개 팀으로 구성해 나라별 전통의상과 소품을 활용해 각자의 색깔을 살렸다. 여성결혼이민자와 마을주민 70여 명이 호저마을춤을 배워 마을 척사대회와 체육대회, 지역축제, 댄싱카니발 등에서 선보인 공연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주민들은 호저마을춤이라는 마을문화를 통해 마을의 결속력을 다지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호저마을춤을 이어왔던 주민들에게도 침체기는 찾아왔다. 그 동안 전면적으로 호저마을춤을 이끌었던 윤현숙 전 고산보건지소장이 퇴직하면서 단원들을 이끌어줄 구심점을 잃었다.

게다가 초창기 호저마을춤 행사에 적극 참여했던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자녀가 성장하면서 구직활동을 시작해 참여율이 점점 떨어졌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 당시 새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던 이명신 씨가 단원 대표를 맡게 됐다.

이명신 대표는 "윤 소장님이 그만두면서 구심점을 잃게 되자 이끌어갈 사람이 없어 침체기를 겪게 됐다"며 "소품과 의상만 넘겨 받은 상황에서 주민들과 호저마을춤을 이어갈 생각에 앞이 막막했다"고 말했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주민들은 호저마을춤을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공연을 펼쳤다. 마을 고유의 문화를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연 요청이 들어오면 몇 주 전부터 함께 춤연습을 하는데 80대가 훌쩍 넘는 어르신들도 꼬박꼬박 참여해 뜨거운 열정을 선보였다"며 "다들 호저마을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랜 전통으로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 외 지역주민들도 호저마을춤을 이어가기 위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공연 시 교통수단이 열악한 단원들을 위해 지역 자율방범대와 주민들이 차량을 지원하며, 자생단체마다 공연 활동비를 후원하면서 호저마을춤 지키기에 나섰다.

이런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참여한 윈터댄싱카니발에서 훌륭한 결실을 맺었다. 국·내외 100여 개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호저마을춤이 새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오랜 시간 호저마을춤을 지켜왔던 주민들의 노력이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이따금씩 주위에서는 10년 넘게 선보인 춤사위와 음악이 지루하다며 호저마을춤을 개선할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랜 시간 연습하면서 겨우 몸에 익혀온 어르신들은 새롭게 춤을 바꿀 경우, 함께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며 "마을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없다면 호저마을춤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며 전통을 고수할 것을 밝혔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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