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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아랍과 매지농악의 만남

기사승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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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음과 박자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분명 놀라운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는 나에게 아무런 감정을 주지 못했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가 상상도 못 하는 문화를 가진 미지의 땅이었고 내 삶에서 전혀 인연이 없을 곳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내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위치한 잔지바르를 다녀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국제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10명 남짓의 원주 청년들이 잔지바르에 방문할 기회를 만들었다. 현지에 있는 중학교에서 함께 미디어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미디어팀과 잔지바르 유일한 음악학교인 DCMA(Dhow Countries Music Academy)와 음악 교류를 진행하는 음악팀으로 나뉘었다. 나는 이번 교류를 음악팀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 참여해 재미난 것들을 발견했다.
 

 음악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강원도무형문화재 매지농악을 전승하고 있는 원주매지농악보존회가 사업에 합류했다. 잔지바르 현지음악인 타아랍과 한국 국악의 교류를 위해서였다. 우선 매지농악보존회와 함께 교류를 준비하면서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아프리카는 처음이었기에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편견 어린 마음이 있었다.

 최빈국에 속하는 탄자니아를 방문하는 우리는 소명 의식 따위를 가지고 가난한 자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베풀어야 할 것만 같았다. 우리가 가진 것을 보여줄 생각으로 가득했다. 소고를 선물로 하나씩 나눠주고 우리 음악을 가르칠 준비를 하였다. 이제 와 되돌아보면 팀원들은 교육에는 익숙하지만, 교류에는 낯설었다.

 교류라 함은 쌍방향 간의 상호작용을 의미할 터인데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우리 농악과 타아랍을 섞어 이곳 잔지바르 사람들에게 선보이자는 간단명료한 일이 멀게만 느껴졌지만 어설프게나마 소통해나가며 우리들이 함께할 일들을 조율해 나갔다.
 

 다큐를 촬영하면서 사업을 지켜보았던 나는 그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음악을 중심으로 교류하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음과 박자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분명 놀라운 광경이었다. 서로의 악기를 이해하고 자연스레 역할이 나뉘어 연습실은 소리로 가득 찼다. 대화 없이도 서로의 음악이 교차하여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악기를 만져 보고 두들기며 서로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나갔다.
 

 그런데 예상외로 교류의 성과는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그들과 교류할수록 우리가 처음 가졌던 편견들이 사라지고 이곳 사람들의 문화가 받아들여지고 이해가 되었다. 단순하게 경제가 좋지 않으니 뒤떨어지는 문화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은 평등한 마음을 뿌리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우려했던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공연이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던 거 같다. 우리는 그곳에서 친구를, 추억을, 새로운 문화를 얻었고 화면 속 인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일반적인 해외여행과는 임했던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서인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이루어 냈다.

 교류사업이 마치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미디어로 작용되고 있었다. 미디어와 교류는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발견했는데 예를 하나 들자면 '세상 사람들은 다 같은 사람이다.'라는 문장은 누구나 알지만 직접 실천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머릿속에 넣는 것과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그 어려운 것이 가능했다. 사람마다 얻는 것이 다르고 어떤 장소와 환경에 따라 변하겠지만, 나는 보다 많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해외교류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길 소망한다. 청년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심어 줄 미디어로 바라볼 때. 최고로 로맨틱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문준현 원주미디어강사 네트워크 공유미디어강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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