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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달 섬강초등학교 교장

기사승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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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함께 가꾸는 행복한 배움터"

 

 "아이들에게 물어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규제를 부탁하는 학부모와의 통화에서 손상달(56) 섬강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기 결정권을 부여하면 어른들보다 지속가능하게 잘한다는 것이 손 교장의 생각이다.
 

 내부형교장공모제를 통해 섬강초 교장을 맡은 그의 교육 키워드는 '민주주의'. 눈높이 맞춤 교육을 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3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하며 항상 아이들과 '놀았다'는 손 교장. 그는 늘 질문을 하고 권한을 주고 함께했다. 이런 그의 활동은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졌고 강원도 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났다. 강원도교육청 온 마을 학교 연대 대표도 맡고 있고 전국으로 컨설팅도 많이 다닌다. 아이들의 생활공간을 학교가 아닌 지역으로 넓히다 보니 가장 행복해 하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처음 지역사회와 학교를 손잡게 한 것은 1993년 경이다. 사북초교에 있을 때였는데 어린이날이 돼도 부모님들이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을 만나 어린이날 학교에서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20여 명을 모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지역에 있는 상가를 돌면서 후원금 100만 원 정도를 모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갈 곳 없던 어린이날, 학교에서 신나게 논 아이들은 '마을 아이'가 됐다. 그때부터 손 교장은 늘 학교와 지역사회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2010년부터는 혁신학교 연구회를 만들어 10여 명의 선생님과 공부를 했다. 그리고 횡성 서원초교에 2명의 교사가 직접 가 교육공동체를 시도했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그러다 2011년 서곡초교가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행복더하기 학교'로 지정되면서 2012년 서곡초교를 비롯 도아동복지센터 굿네이버스, 숲교육전문기관인 자연누리숲학교, 청소년 대안학교인 길배움터협동조합, 초등방과후학교 참꽃어린이학교, 원주공동육아어린이집인 소꿉마당, 사회적기업 (사)서곡생태마을과 서곡교육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2년 뒤인 2014년 서곡초교로 지원했고 자신이 준비한  마을교육공동체 현장에서 교육 할 수 있게 됐다.
 

 "고민을 털어 놨고 지역사회와 나눴다. 계속 주민을 만났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았다. 내 아이를 우리 아이라고 생각하는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통, 나눔, 배움, 돌봄이라는 큰 주제를 정하고 각 주제에 맞는 사업을 기획했다. 양귀비축제, 용수골음악축제를 비롯해 마을 주민과 연계한 방과후프로그램 등 모두 손 교장의 자식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교사 생활 중 서곡초교에서의 5년이 가장 꽃을 피웠던 시기라고 꼽았다. 촘촘한 관계망 구성을 위해 오랜 공을 들였고 말하기보다는 들어주는 자세로 몸을 낮췄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철학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었다. 인문학 강좌도 연 2회 개최했고 현재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곡초교가 마을교육공동체로 자리를 잡을 즈음 교육지원청에서 기업도시 내 초등학교 개교준비위원회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났다. 도내에서 28명의 교사가 모였고 지난해 8월부터 수시로 모여 워크숍을 열며 준비했다. 그러다 내부형교장공모제에 응시해 보라는 주변 교사들의 권유로 지원을 했고 준비위원회에서 같이 머리를 맞댔던 교사 18명 정도가 같이 왔다. 섬강초교에서 학급 담임 선생님들은 행정 업무를 하지 않는다. 오롯이 아이들만 본다.

 교육활동기획팀, 교육행정지원팀 등 시스템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고 등굣길 교통지도도 교장, 교감이 직접 한다. 전교학생회장 선출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공모를 통해 행사를 주도할 팀을 구성할 것이고 미세먼지 등으로 바깥 놀이가 제한적일 것을 생각해 학교 각 공간마다 놀이거리를 마련해 두었다. 아파트 단지 내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마을과 연계할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나 너 우리가 함께 삶을 가꾸는 행복한 배움터'라는 철학이 온전히 교육에서 녹아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이 손 교장의 바람이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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