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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원조, 그리고 민주화의 성지 원주

기사승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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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의 성지, 협동조합의 메카라는 찬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는지 성찰해 보곤 한다.

 

 나는 원주에서 나고, 원주에서 자랐으며 대학생활 4∼5년과 일년여에 걸친 타향 살이를 제외하곤 지금도 원주에서 살고있는, 말 그대로 토박이다. 그런데 가끔 타지역 사람을 만나면 "민주화의 성지요 협동조합의 메카에서 살아 행복하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원주시민들이 민주화의 성지, 협동조합의 메카라는 찬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는지 성찰해 보곤 한다. 하지만 원주시민 대다수가 왜 이런 말을 듣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여 원주가 '민주화의 성지, 협동조합의 메카'로 불리우게 된 원주의 역사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짧은 지면으로 모든 걸 다 얘기할 수는 없기에 2∼3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천주교원주교구는 1965년 3월 춘천교구에서 분리돼 지학순 주교가 초대 교구장으로 부임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철저히 수용한 지 주교님은 공의회  사목헌장에서 밝힌 '구제해야 할 것은 인간이며, 개혁해야 할 것은 인간사회'라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평신도 중심의 교구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한 기반조성을 하면서 무위당 장일순을 만났고 장일순을 원주교구 사도회 회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1956년인 28세 때와 1960년에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중립화 평화통일론을 주창하다가 옥고를 치룬 후 정치활동 정화법에 묶여 활동을 제약받고 있었다. 이렇게 만난 두분은 의기투합해  신용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의 신협은 부산에서 시작됐는데 부산 초당동성당 주임신부로 봉직했던 지 주교님이 원주교구에 부임하면서 교구차원에서 신협운동을 지원했다.

 이는 고리채에 시달리던 지역주민을 위한 것도 있지만, 지역민들의 협동적인 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 등을 도모하고 신협 조합원을 지역사회 개발에 참여시켜 민주시민 역량을 키우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신협교육에 방점을 두고 신협교육과 생명운동을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위당은 암울했던 1970년대 전국에서 활동하다 지쳐 원주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위로와 쉼터를 제공하고, 지혜를 구하는자에게는 지혜를, 오갈 데 없는 도피자들에게는 도피처와 도피자금을 마련해 줬다. 이러한 소문이 전국에 퍼지면서 무위당 선생의 집은 항상 많은 손님들(?)로 북적여 선생님의 사모님은 손님들께 방을 내주시고 당신은 부엌에서 새우잠을 주무셨을 정도로 극진히 모셨다고 한다. 이러한 일화는 지난해 사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김영주 선생님의 추모사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는 도피처를 제공만 해주어도 범인은닉죄로 몰리는 엄중한 시절이었음에도  선생님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니 정보부에서는 선생님을 감시하려고 선생님댁 앞에 파출소(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엔 봉산동 파출소였음)를 신설하였지만 선생님은 아랑곳 하지 않으셨다. 김지하 시인등이 연루된 것으로 발표된 민청학련 사건 당시 모든 자금은 내가 줬다고 양심선언을 한 지학순 주교님의 양심선언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교님은 무위당 선생님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보호해 주기 위해 당신이 감옥행을 택했다. 이 사건으로 전국의 신부 300여명이 원주에서 지학순 주교님 석방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고, 정의구현사제단이 만들어지면서  민주화의 불길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 후 무위당 선생님은 신협운동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생명평화운동을 이끌어 갈 수 있었고, 소비자신협, 한 살림운동의 종자돈을 마련키 위해 당신의 서예작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원주에서는 노인생협, 의료생협 등 신협과 협동조합이 생겨났고, 원주의 협동조합 정신을 배우기 위해 매년 1만5천명 정도가 원주를 찾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이낙연 총리께서도 원주를 방문해  고 지학순 주교님과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에 대한 선양사업 필요성을 거론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원주시에서도 전국에서 최초로 협동조합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개인적인 욕심은 상지대학교에 협동조합 관련 학과가 개설돼 원주가 협동조합의 메카로,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우는 데 손색이 없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성락철 강원시민사회연구원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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