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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청년 농업인을 성장하게 하는가

기사승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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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농업인은 많이 흔들릴 것이고, 많이 도전할 사람들이기에 그 만큼의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농업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잘 지내?"라는 인사를 건네기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잘 있으면 얼굴 보자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일 테니까. 지인들은 주말 또는 휴일에 보자고 하지만, 남들의 휴일처럼 쉬는 날이 딱 나오는 게 아니다. 쉰다라고 하는 건 해야 하는 일을 다음으로 미룰 뿐이지, 일의 끝이 없는, 나의 직업은 '청년 농업인'이다. 
 

 '땡'. 엘리베이터를 타서 출근복이 아닌 '작업복'을 입고 있으면 "뭐하세요?" 라고 묻곤 한다. "봉장가요"라는 답에 어른들은 "어이쿠 그 어려운걸 해요"라며 놀란다. '어렵다라…. 글쎄 정규직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안 어려울까?' 라는 생각을 갖지만, 그냥 웃어버리고 만다.
 

 어린이들은 봉장이 무엇이며, 양봉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면 신기해한다. 시골도 아니고 평범한 아파트에 사는 이의 농업 얘기는 신기할만하겠지. 몸 힘든 것이 정신이 힘든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즐겁게 보내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내 일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봉장을 가는 길에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바로 들어가는 자연물 생산에 난 '비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마음을 잡는다.
 

 '띵동' '인터넷 메인 봤어?'라는 지인의 문자가 왔다. 몇 억 매출이라며 나오는 그들이 부럽다며, 너도 그렇게 벌고 있는 거냐며 묻는 걸 읽는다.  URL을 터치해서 보면 부럽다기 보다는 '빚도 재산'이라고 말한 농업인 친구가 떠올랐다. 농업도 사업과 같아서 이 정도 수익을 내려면 투자금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왜 빚을 져서 크게 농사를 지어야 할까'라는 생각에 주변 청년 농업인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어차피 일해야 하는 거 경작지라도 많아서 그 만큼의 수익을 늘리는 게 맞다는 말을 들었다. 질 좋은 건 기본이고 양이 있어야 판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내 경험을 더듬어보니 어느 업체든 처음 하는 말이 "양은 되요?"였다. 질이 아니라 양을 먼저 물어보는 것에 의문이 들었지만 재고가 있어야 고객 유지가 될 거라는 생각에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 뒤의 말은 "설탕만 안탔으면 됐어요, 가격이 얼마예요?"였다.

 '설탕을 꿀에 탄다'라는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 옛날에 그랬다는 말을 들으면, '20~30년 했다'라는 분들은 그렇게 판매했다는 걸까 싶어, 내게는 너무나 귀한 꿀의 유언비어가 어처구니가 없다. 몇몇의 농업인들이 망쳐놓은 농업의 인식과 작물이 원망스러운 순간이 이때다.
 

 또, 플리마켓에 나가면 꼭 듣는 말은 '화분은 맛없다'이다. 그런데 시식을 하고 나서는 '어머 이 집은 왜 달아? 맛있어' 이러신다. 꿀벌이 화분가루를 꿀로 빚어서 가져오는 것이어서 맛있을 수밖에 없는데, 왜 맛없다 하는지 모르겠다. 유통업체들이 터무니없는 품질과 가격으로 화분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해보지만, 청년 농업인이라는 작은 날개짓은 그저 한낱 바람조차도 되지 못한다.
 

 멜빵청바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밀짚모자를 쓰고 양손에 농산물을 들고 환하게 웃는 청년 이미지로 농업이 미래라고 하는데, 그 슬로건 아래에 과연 이런 잘못된 인식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있는 건가 묻고 싶다. 새로 시작하고 이제 꿈을 꾸고 하려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기존 잘못된 인식이 아닌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다.
 

 외국사례를 적용하거나 벤치마케팅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농업을 하고 싶다면 지금 청년 농업인을 잘 성장시켜야 할 것이다. 급한 것을 달랜다고 사탕으로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울었는지,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흉터가 남는다면 그것의 대안은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키워달라'는 말을 하던 아이돌의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기본은 지원금만이 아닌 교육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교육이 지원금의 점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존 농업인들에게 적용되어서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도 인식의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청년 농업인은 앞으로도 많이 흔들릴 것이다. 많이 도전할 사람들이기에, 그만큼의 '투자'를 해야 한다. 농업 정책을 계획하는 분들이 '시간투자'를 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농업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신하연 청년 농업인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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