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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답을 찾고 싶다"

기사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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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면서 소비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누군가 관심을 가져준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2017년 창업을 한 나는 전국적으로 불어온 청년 열풍의 수혜자였다. 쉽게 주목 받았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나를 도와주려고 찾아온 사람도 많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런 정책들이 많았다.

 어떤 지원을 바라는지, 지금 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문화예술을 지역에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무엇일지 등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이제 막 창업한 20대의 나에게 답을 구했다.

 당시에는 "이러이러한 지원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어쩌구 저쩌구한 점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부분을 바꾸고 싶어요" 등의 대답을 쏟아 낸 것 같은데 사실 지금은 불과 1년 전의 답을 그대로 하진 못할 것 같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더 좋게 할지 고민이 더 깊어졌지 때문이다.
 

 나는 문화예술이 지역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를 키워내는 것 보다는 소비자를 키워야 한다는 쪽에 더 힘주어 말하곤 했다. 기획자와 예술인에게 하는 지원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그 영향이 돌아가게 되어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지원사업들이 티켓 값 등의 상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고, 시민들은 무료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얘기를 나눴던 시민 분들 중에선 "문화는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무료로 향유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에서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라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있었다. 문화는 복지여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예술학과, 문화관련 학과는 전부 사회복지학부 아래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결국 지원사업으로부터 문화예술인이 자립하지 못한다면 절대로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맞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유료화 해야 돼"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한번은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과의 대화에서 바보 같은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시에서 하는 행사도 그냥 유료로 하면 안돼요?" 원주문화재단을 비롯해 많은 공공기관들이 훌륭한 문화행사들을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이 무료행사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행사에 돈을 지불하고 올 관객에게 나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답답함에 꺼낸 얘기였다. "시민의 세금으로 하는 행사에 다시 돈을 내고 오라고 하라고?" 다시 조금 더 어려운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문화예술 계통 일을 한다고 하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진짜 재미있는 뮤지컬이나, 전시를 원주에서도 했으면 좋겠다. 원주는 그런 게 없어." 그 친구가 말하는 뮤지컬이나 전시가 어떤 것일지 짐작이 가서, "그런 거 원주에서 하면 그 사람들 다 파산해"라고 얘기해줬다.

 원주에서 관객이 돈을 지불하는 억대 규모의 문화사업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면서 소비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 글은 결국 "답을 못 찾았다."로 끝이 나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답이 나오지 않는 도시에 왜 미련을 두고 있냐고 묻는다. 나는 청소년 시기에 '원주 청소년 축제' 위원회에 참여했고, 장미축제 장기자랑에 나가고 대학교는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를 나왔으며, 댄싱카니발에 참여해서 수상을 했다. 원주따뚜와 장난감축제에서 자원봉사를 했으며, 강원감영제 스태프로 일한 적이 있다.

 청소년 시기부터 크고 작은 행사에서 공연, 자원봉사, 스태프로 참여하며 결국 창업까지 연결된, 원주에서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접하면서 성장한 청년이다. 지금의 나는 원주에서 만들어졌다. 애향심이란 단어를 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온 원주에서 나는 이 답을 찾고 싶다.
 

 누군가 내 생각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 고민을 함께하고 싶고, 함께 한다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박승환 (주)낭만사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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