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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목숲길걷기 축제를 마치고

기사승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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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를 대표하는 '길'

 

 조선시대에 왕이 즉위하면 바로 관(棺)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 법이지만 왕이 죽으면 준비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그 준비에 긴 시간이 꼭 필요한 일들에는 미리 대비한 겁니다. 그런데 왕의 관은 반드시 소나무로 만들었으며 그 소나무를 황장목(黃腸木)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나무 가운데 속이 누렇고 재질이 단단한 최고 품질의 소나무를 말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많이 나오는 이름으로 우리 고유의 소나무 이름입니다. 이렇게 만든 왕의 관에는 옻칠을 했습니다. 부패나 벌레 등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옻칠은 왕이 즉위한 해부터 시작해 매년 칠을 해서 죽을 때까지 합니다. 혹 왕이 단명을 할 경우엔 어명으로 일시에 여러 번 칠을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처럼 귀한 황장목은 당연히 보호를 했습니다.

 전국 황장목 군락지 60곳에 황장금표(黃腸禁標)라고 하는 비(碑)를 설치했습니다. 경고표지판입니다. 일반인들의 벌채는 물론 출입을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현재까지 남아 전해지는 황장금표는 10개 정도인데 치악산에는 무려 3개가 있습니다. 황장목 봉산(封山)이나 금산(禁山)에 황장금표가 3개씩 있는 곳은 치악산이 유일합니다
 

 치악산 황장목은 그만큼 어느 곳보다도 귀하게 여겨진 것입니다. 황장목의 품질도 뛰어나겠지만 한양에서 가까워 황장목 확보와 관리는 물론 남한강을 이용한 운반까지 수월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현재 이 일대에는 산림청 조사로 4만5천여 그루의 황장목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황장목에 대한 이처럼 귀하고 재밌는 스토리와 원주 역사의 명확한 정체성으로 만든 길이 황장목숲길입니다. 그런 길이어야만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브랜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관광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있는 길이 되어 전국에서 관광객을 끌어 올 수 있습니다.
 

 특히 금강송이란 이름은 일본인 학자가 일제 강점기 때 지은 이름입니다. 일본 산림학자 우에키 오미키 교수가 1928년 논문 '조선산 소나무의 수상 및 개량에 관한 조림학적 고찰'에서 우리나라 전역을 6개 지역으로 나눴는데 강원도, 경북을 중심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자라는 소나무를 금강형 소나무로 명명했습니다. 학명에도 그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삼일운동 백주년의 해입니다. 친일잔재는 청산을 해야 합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황장목숲길 걷기 축제의 사연입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체성과 재미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어 원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브랜드 길에서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길이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2019치악산황장목숲길 걷기 축제가 지난 18일 열렸습니다.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앞에서 출발해 세렴폭포까지 왕복 9km의 코스입니다.

 구룡마을 입구와 매표소 앞, 그리고 세렴폭포에 설치된 모형 황장금표(비로봉 아래쪽 황장금표)까지 3개의 황장금표에서 인증 스탬프를 찍고 인증 샷도 했습니다. 구룡사 앞마당에서 대금, 피리연주와 가야금, 색소폰 연주 등으로 아름다운 음악회가 마련돼 힐링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옻칠주걱 기념품이 준비돼 있으며 옻칠기와 한지공예, 고판화 등 체험 행사도 마련됐습니다. 참가자들은 황장목숲과 수려한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진정으로 자연을 만끽하는 휴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주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많은 참가자들이 찾은 이유도 이런 특별한 느낌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황장목숲길은 원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김대중 황장목숲길걷기축제 추진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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