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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춘 정지뜰전통고추장 대표

기사승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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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만들기 40년 "우리 것이라 지켰다"

 전통장 담그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정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전승되는 생활관습이고 문화다. 올해 1월 국가무형문화재 제137호로 지정된 것도 콩을 사용해 만드는 장 자체의 효능을 넘어 재료를 직접 준비해 장을 만들고 발효시키는 과정이 한국의 주거문화, 세시풍속, 기복신앙 등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40여 년째 전통장 만들기를 고집스럽게 이어오고 있는 강동춘(79) 정지뜰전통고추장 대표가 전통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오늘도 항아리를 정성스럽게 닦는 이유는 우리 문화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강 대표가 전통장 담그기를 시작한 것은 40여 년 전 마을에서 노인의 여가생활을 위해 노인대학을 운영하면서다. 전도사로서 목회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노인을 위한 봉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담임 목사의 제안을 받고 학성동 2층 건물에 노인복지대학을 열었다.

 월 임차료 35만원을 내면서 처음에는 노인 15명과 건강,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300여 명이 찾아왔고 일주일에 한 번씩 2시간 동안 어르신들과 함께했다. 그러다 서울 세계노인대학에서 일본 된장이 수입돼 전통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전국 노인복지대학을 대상으로 각 지역의 전통장을 서울에서 홍보하자는 제안이 왔다.

 강 대표도 어르신들과 각자 집에서 담아 놓았던 장을 들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 소비자들에게 원주 장은 인기폭발이었다.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온 강 대표는 노인대학을 다니던 어르신들과 집에서 장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학성중학교 인근에 살던 96세 된 어르신이 친정 엄마가 정지뜰에 살았었는데 조선시대 강원감영에서 해마다 임금님께 보내는 장을 만들었다며 비법을 전수해줬다.

 강 대표는 "임금님이 드실 정도로 원주 장맛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그래서 상호도 정지뜰전통고추장으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고증으로 밝힐 길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강 대표와 어르신들이 이렇게 전통장맛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고 원주시에서도 도왔다. 1994년 원주시에서 전통장 보존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강원도 전통장 1호로 지정받을 수 있는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자를 내고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강 대표가 1년간 장을 담기 위해 사용하는 콩은 100가마 정도. 부론농협에서 직접 구매하고, 고춧가루도 원주서 사고, 치악산 참숯을 사용한다. 메주를 만들기 위해 콩을 삶을 때도 가마솥에 장작불을 뗀다. 5시간 정도 천천히 뜸을 들이며 콩을 삶아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가마솥 3개에 한 달 내내 불을 떼며 콩을 삶아야 1년간 판매할 장을 만들 수 있다. 메주를 말리는 것도 장작불을 뗀 방에서 한다. 요즘 건조시설이 워낙 잘 나오지만 그래도 전통 그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집에 아궁이에 장작 넣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정지뜰 장맛의 비결을 묻자 강 대표는 한 마디로 재료가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리 손맛이 좋고 숨은 비법이 있다고 해도 외국산 콩을 쓰는 순간 장맛은 우리 문화를 담은 맛을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지뜰에서 만들고 있는 고추장, 된장, 막장, 간장, 청국장은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서 우리 조상들처럼 손으로  버무리고 만든다. 오래된 항아리에서 고추장은 1년, 된장은 2년, 막장과 간장은 3년간 발효한 뒤 소비자를 만나는데 그 시간동안 항아리 뚜껑을 열어 바람이 통하게 하고 햇볕을 쬐게 해 주는 정성이 더 깊은 맛을 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40여년의 세월동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습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메주 100여개가 못 쓰게 된 경우도 있다. "허무했죠. 몇날 며칠을 고생해서 쑨 메주가 어느 날 들어가 보니 바닥에 다 떨어져 있더라구요. 진짜 눈물이 났죠."
하루하루가 전쟁이었고 쉴 틈 없이 전통장을 만들었다.

 같이 하던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 한두 분 씩 손을 떼고 강 대표가 이끌어 오다 지금은 아들 내외가 같이 하고 있다. 강 대표에 이어 정지뜰전통장을 만들고 있는 며느리 안미숙(50) 씨는 "관내 농협 등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아 전통장 선물세트를 만들었더니 선물용으로 많이 찾고 있다"면서 "3년 전 전통식품명인 신청을 했었는데 강원도 막장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없어 최종 선정에서 탈락했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강 대표의 장맛을 잊지 못해 찾는 사람도 많고 대기업에서도 판매 계약을 의뢰해 오기도 했지만 물량을 맞출 수 없어 포기했다.

 "전통장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재료로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손을 거쳐서 만들기 때문에 그 맛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산 재료로 기계로 만든  장과 가격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강 대표는 "우리 것이라서 지켰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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