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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인 정체성은 뜨거운 심장 아니었을까?

기사승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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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운명에 대해 타자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분연히 일어섰고 사회적 제약에 머물지 않고 극복해 나갔다는 것이다.

 

 자연은 무대고 인간은 그 무대에서 연극을 연출하는 주체라고 한다. 무대에서 생존의지를 연출해 가는 과정이 문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인간 상호 간에 빚어낸 것으로 곧 문화의 주체는 자연과 인간들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원주'라는 자연공간으로 국한시켜 본다면 원주라는 무대에서 사는 사람들이 연출해 내는 역사문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무대라는 공간은 고정되어 있지만 무대에서 연출하는 사람들은 시대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원주라는 지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직면하게 된다. 그 정체성은 무엇일까?
 

 후삼국이 각축할 때 가장 큰 세력이었던 양길(梁吉)은 치악산에 웅거했다. 그가 치악산에서 활동을 개시한 후 그를 이어 궁예(弓裔)가 태봉국을 세웠고, 궁예를 이어서 일어난 왕건(王建)이 후삼국을 통일해 고려(高麗)를 세웠으니, 고려건국의 역사적 뿌리는 원주(치악산)인 셈이다.

 고려후기 합단적이 쳐들어 왔을 때, 원충갑(元沖甲)은 백면서생(白面書生)으로 국가의 위태로운 상황에 나아가 영원 산성에서 적을 격퇴한 공로로 원주가 익흥도호부(益興都護府)로 승격되고 세금을 감면받는다. 운곡 원천석(元天錫)은 벼슬에 나아가지 않은 재야 지식인으로 고려 멸망과정과 조선개국의 숨은 비사를 시와 글로 후세에 남겼다.
 

 의재 김제갑(金悌甲) 목사는 임진왜란에 영원 산성에서 땅을 지키는 관리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함을 못내 부끄러워하면서 장렬히 전사하였고, 아들 김시헌(金時獻)도 전사하고, 부인 이씨도 성(城) 아래로 몸을 던져 자결하였다. 그의 순국을 기리기 위해 세운 충렬비에 "죽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을 곳에서 죽기가 어렵다. <중략> 신하는 충성(忠誠)에 죽고, 부인은 정절(貞節)에 죽고, 아들은 효성(孝誠)에 죽어 만고에 삼강(三剛)과 오륜(五倫)을 심었도다."라 기록했다.
 

 조선후기 성리학 기풍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상당히 제약받던 시기에 녹문 임성주(任聖周)에게 성리학을 배워, 당당히 녹문학파(鹿門學派)의 일원으로 성리학자의 반열에 든 임윤지당(任允摯堂)을 이민보(李敏輔)는 "천부적인 식견을 타고났고, 성리학(性理學)과 인의(仁義)의 논의에서는 고금의 규합(閨閤,여성)중에서 일인자였다."고 했다. 아마, 조선시대 과거급제자가 전국8도 주·군·현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합격자를 낸 것도 이 지역 부모님들의 향학열에 대한 뜨거운 의지였을 것이다.
 

 또한, 조선말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정면으로 맞서 투쟁한 구국민족운동을 우리는 의병이라 하고, 우리 원주는 을미(1895)·을사(1905)·정미(1907)에 걸쳐 세 차례 모두 의병활동이 일어난 드문 지역이기도 하다. 국가적 위기에 안주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서 맞서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원주였다. 그리고 1966년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 토대를 구축하고자 생겨났던 '신용협동조합 운동'은  무위당 장일순(張壹淳)에 의해서 원주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1975년 5월 긴급조치9호 발동으로 암흑으로 온 세상을 짓누르고 있을 때, 그 어둠을 맨 먼저 헤친 움직임은 1976년 1월 23일의 원동성당에서의 '원주선언'이었다." 그후 유신시대에 저항해 신.구교회 성직자들의 제목 없는 성명서 '원주선언'은 3.1민주구국선언의 모체가 되었고, 민주화과정의 출발선이었다.
 

 원주라는 무대에서 연출된 원주인들의 천년 역사 속에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일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두드러진 점은 국가의 운명에 대해 타자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분연히 일어섰고, 사회적 제약에 머물지 않고 극복해 나갔다는 것이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 내려온 원주인들의 정체성은 어쩌면 이런 '뜨거운 심장'이 아니었을까?

이동진 전 원주역사박물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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