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의사도 A/S 한다

기사승인 2019.09.09  

공유
default_news_ad1

- 부부의원을 그만두고 진료가 끝난 줄 알았는데 옛 환자들을 다시 만나니 애프터서비스 해주는 것 같아…,

  요양원 할머니가 누워서 나를 보고 놀란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반가워하고 고마워하신다. 사실 나는 요양원 촉탁의 진료를 보러 간 것인데 할머니는 문병 온 것으로 착각하시고 고마워하고 오랜만에 본다며 반가워하신다. 요양원 진료를 다니다 보면 부부의원 옛 단골 어르신들을 우연히 가끔 만난다.

 병원 개원하고 수 십 년 지나다 보니 다니던 환자분들이 고령이 되어 치매나 중풍 등을 앓고 노인요양원에 누워계시는 분들이 많다. 옛 단골 환자 어르신을 보면 이웃이나 가족 만난 듯 너무 반갑고 내가 지금 이분에게 해드릴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더 잘 해드리고 싶어진다. 오랜 기간 병원에 오셨었으니 가지고 있는 병력도 잘 알고 있고 가족관계까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는 이미 잘 만들어 져있는 터라 진료는 더 쉬워지고 대화의 폭이 더 넓고 깊어진다.
 

 원래 부부의원에는 노인 환자분들이 많았다. 특히 농촌 분들이 많았고 생활이 부유치 않은 분들 많았다. 대기실에 젊은 사람이나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이 앉아있으면 어색하게 보여 질 정도였다. 그리고 병원 인테리어도 처음 그대로 변화가 없어 골동품 병원 같다고 하는 분도 계시고 정감이 있어 좋다고 하는 분도 계셨다. 병원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본 나이보다 더 나이 들어보였고 옷차림도 시골 농부나 도시 서민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도 오래되고 나이가 많아져서 최근에 그만 둔 한 직원은 70이 된 분도 있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밝음의원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사업의 하나인 취약계층의 노인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질병이 심해지거나 노약해지고 넘어지거나 다쳐서 누워 계신 분이나 버스가 자주 들어가지 않는 오지 농촌에 계신 독거어르신들에게 다니고 있다. 밝음의원이나 옛 부부의원 환자분들을 종종 만난다.

 요양원이나 방문진료를 다니면서 옛 환자분들을 만나고 상담도 하면서 부부의원을 그만두고 진료가 끝난 줄 알았는데 병원에 오지 못할 정도로 노령이 되신 분들을 다시 만나고 상담과 케어를 해드리니 가전제품 살 때 애프터서비스(A/S) 해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 환자 어르신들이 본인이 죽을 때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달라는 분들이 많았다. 그때는 농담으로 들렸는데 지금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얼마 전 단골환자이셨던 미국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원주에 오신지 20년이 넘었지만 한국어를 배우지 않으셔서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나와 집사람을 친구라고 하며 가까이 지냈다. 돌아가시고 장례나 사후 문제를 부인과 상의를 하고 조문도 하면서 이렇게 단골환자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A/S가 이루어지는 건가 생각하면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몇 번 간 방문진료가 친구한테 해준 나만의 선물이나 의리가 아닐까 위로도 해본다.
 

 방문진료를 다니면서 연로하거나 지병이 심해져서 병원에 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평생 애프터서비스(A/S) 해주는 의사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곽병은 밝음의원 원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