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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기사승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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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 보면 뜻하지 않게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나의 삶에서 가족과의 동행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음악과의 동행이다. 1987년 원주여고에 부임한 후, 원주지역 청소년 교향악단을 창단하여 매년 정기연주 1회, 기획연주 2회를 공연했으며 횡성과 문막 지역은 물론 동해, 춘천, 제주도까지 순회하며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함께하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나름대로 온 힘을 기울였었다.
 

 원주청소년교향악단에서 활동했던 학생 중에는 음대를 졸업한 후 호주와 카타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도 있고, 원주시립교향악단, 강릉시립교향악단 상임 단원도 있다. 몇몇은 중등음악교사로 재직 중이며 다수는 원주지역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교직을 떠나면서 제자인 이택성 선생에게 교향악단의 모든 것을 일임하고, 6년 동안 두 자녀의 음악 전공을 뒷바라지했다.
 

 내가 처음 원주 교육 삼락 합창단을 창단하고 지휘를 맡게 된 것은 2007년 2월이었다. 당시 원주 교육 삼락회 고문이신 성기찬 교장 선생님께서 강원도 교육 삼락회는 매년 춘천, 원주, 강릉을 순회하며 총회를 여는데, 춘천과 강릉은 합창단이 조직되어 식전행사를 빛내 주지만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원주가 아직 합창단이 없어 원주시민으로 자존심이 상한다면서 원주도 삼락합창단을 창단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시며 간곡히 부탁하여 거절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연습 장소가 없어 사설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하다가, 원주 교육문화회관이 건립되면서 비로소 단원들이 편히 연습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반주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 김은미 피아니스트가 봉사해 주겠다며 자원을 해 훌륭한 반주자와 함께 연습하니 합창 연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
 

 그 후로 여러 행사의 식전행사에 참여해 원주의 위상을 높였고 매년 정기연주회와 크고 작은 연주를 기획해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음악회와 댄싱카니발, 한지문화제에 참석하여 합창을 통해 실버 문화의 장을 마련했다.
 

 삼락합창단은 처음에는 퇴직교원 중심으로 창단했지만, 2014년부터는 원주 교육 삼락회 사업으로 65세 이상이면 원주시민 누구나 입단할 수 있어서 어르신들의 여가 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원들의 평균 연령이 75세이다 보니 목소리는 비록 생기가 부족하고 호흡도 짧아 발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살아온 연륜이 묻어난 감성표현은 자랑할 만하다.
 

 지난 7월 3일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 강원도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한 2019 실버문화페스티벌 '샤이니스타를 찾아라' 강원지역 예선에서는 18개 시·군 24개 팀 중 원주삼락합창단이 1위로 입상해 본선 진출이 확정되었다.
 

 본선 대회는 지난 1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강원도 대표로 출전했지만, 사실 대회를 앞두고 걱정과 고민으로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단원들이 실수입이 없는 사람들이라 의상 준비에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예선 때도 우리 단원들은 평상복과 차이가 없는 검정 치마, 흰 블라우스 차림으로 무대에 섰었다. 공연을 평가하는 사람이나 관객들에게는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대 의상도 한 몫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 "강원도 대표로써 좀 더 세련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출전하기 바란다"는 말까지 듣게 되어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그동안 단원들과 몇 차례 협의했지만 1인 당 15만 원의 의상비는 해결하지 못한 채, 무대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반주자가 어깨 근육파열로 수술까지 받게돼 우선 반주자 구하는 일이 급했다. 10년 넘게 악보의 음높이를 이조하는 것은 몸으로 때우고 악보구입과 복사는 사비로 해결해왔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번 출전에 큰돈이 필요해 마음만 태우던 어느 날 강원도문화원연합회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합창단을 위해 애쓰는 지휘자와 반주자에게 20만 원의 수고비를 주겠으니 서류를 갖추라는 것이었다. 일단 반주자를 구할 자금이 마련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감사할 일이었다. 하루 전 리허설을 위해 40여 명의 호텔비와 식대, 버스 대절비도 국비에서 지원한다는 희소식도 받았다. 염치없이 의상에 대해 도움을 청해 보았지만 의상은 각 단체나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 보면 뜻하지 않게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수호신이 나를 지켜준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의상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나의 욕심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순리대로 따르겠다고 마음먹으니 근심 걱정도 사라진다.

정원국 원주삼락합창단 지휘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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