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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귀는 당나귀 귀'

기사승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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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하는 원주시장'이 되길 바란다

 

 최근 역지사지와 자아성찰을 콘셉트로 하는 주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호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스들의 갑질과 이에 힘들어하는 을들의 현실적인 모습들을 비판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닐까?
 

 당나귀 귀는 크다. 그 귀가 크다는 것은 작은 소리도 잘 들으라는 뜻이고, 귀가 두 개인 것은 소리가 나는 곳을 잘 파악하라는 의미다. 옛 성현들은 백성들의 생활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금님은 항상 민의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충언했다. 원주시장은 옛 성현들의 충언을 귀담아 듣고 잘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원주시청에 방문하는 민원인이 사용 가능했던 비상용 엘리베이터에 언젠가부터 잠금장치가 설치돼 시장을 비롯한 소수의 일부 직원들만 사용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7층 시장 집무실 앞에 스피드게이트가 35만 원주시민과 1천800명 원주시청 직원들에게 한마디 언급도 없이 설치됐다.

 대기업에서 세무조사나 검찰 압수수색 시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한다는 그 스피드게이트가 아닌가? 지방자치단체장 집무실 앞에 스피드게이트가 있는 지자체가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시청은 시민과의 최일선 소통 창구임에도 불구하고 원주시장은 무슨 의도로 소통의 장애물이자 민원 선별창구인 스피드게이트를 만든 것인가? 섬김의 리더십보다 제왕적 리더십을 통해 우리 원주시민들을 대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원주시는 최근 5년 새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신규공무원들이 대거 임용됐다. 대다수 합격자들은 공무원의 출발점까지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평한 시험이라고 회자되는 공무원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이들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원주시 공무원에 임용되는 순간부터 그 공정함이 사라지게 된다.

 지역 유지의 부모를 둔 자녀, 전·현직 원주시 고위공무원의 자녀 등 소위 뒷배경이 있는 자녀들이 가장 선망하는 요직에 우선 배치되고, 그들은 남들 한번 가기 어려운 주요보직에 수차례 배치되는 회전문 인사의 주인공이 되며 승승장구한다. 반면에 나머지 직원(평범한 부모를 두었거나, 외지 출신 등)들은 높은 시험점수로 합격했더라도 그 문틈에도 끼지 못하고 힘든 기피부서를 전전해야만 한다.
 

 최근 임용된 직원들 사이에서는 법과 운영기준을 무시하고 뒷배경을 가진 몇몇 특정인에 대한 빠른 임용을 위해 인사부서에서 임용기준변경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니 상당수 젊은 직원들은 임용 시 가졌던 시민을 위한 봉사자 정신과 훌륭한 공무원이 되겠다는 힘찬 포부는 일소되고 열패감에 사로잡혀 사표를 던지거나 다른 지자체, 중앙행정기관으로 전출을 알아보고 있다.
 

 원주시민 입장에서 젊은 우수 인재들의 외부 유출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며, 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노동조합은 신규 임용자에 대한 공정한 부서배치를 위한 방안을 도출하고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시장에게 전달했다. 시장은 공정함을 갈구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여전히 무시한 채 아직도 코드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인사는 시장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인사의 목적은 권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인사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로 하여금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원활한 시정운영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공정한 인사기준이 부재된 인사시스템은 다수 직원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불통이 아닌 두 개의 당나귀 귀를 가진 '소통하는 원주시장'이 되어 우리 35만 원주시민들의 행복한 미래를 책임지는 리더가 되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문성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원주시지부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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