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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공정한가?

기사승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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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우리가 공정성을 타자화 내지는 대상화 시킨다는 데 있다…좀 더 치열한 논의를 거듭해 정파적 이해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점을 명확히 하자.

 

 이젠 피로감마저도 느낀다 한다. 더위가 한창이던 8월 초순부터 시작했는데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니 그럴만 하다. 지난 주말부터는 새 막이 열리는 듯 피로감은 전투력으로 변한 듯하니 그 끝이 무엇이든 한동안 조국은 계속 우리 곁에 머무를 듯하다. 언론 논조의 변화가 보이고, 더디지만 논란이 되었던 사건 조각조각의 실체가 규명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보면 될 듯하다.

 나는 여기서 검찰과 기자를 비판하거나, 사건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 않을게다. 진보와 보수진영으로 나뉘어 진영 간 싸움에 몰두한다는 주장을 옮길 생각도 없다. 대신 이번 사건의 주인공(누구인지는 독자들 판단에 맡긴다)에 감정 이입해서 "우리는 얼마나 공정하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공정성, 세 음절 단어가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켜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어떤 일의 가치, 선악, 우열, 시비 등을 판단할 때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공평하고 올바른 성질"이 공정성이다. 공정성 문제가 자녀의 대학입시와 맞물려지면서 그 휘발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되어버림을 우리는 보았다.
 

 그러나 대학입시 관련 공정성이 훼손되어 부당하게 대학 입학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서울서 20여년 대학입시를 담당해온 전문가 의견).
 

 이미 감정 이입하여 자신의 공정성 정도를 확인한 독자들이 내린 공정성 점수는 각기 다를 테지만, 분명한 것은 공정성이 의미하는 것만큼 스스로 일상에서 공정하였다고 자신하여 높은 점수를 준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특히 자녀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서 부모가 공정한 입장에 선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난 그런 부모를 여러 번 보았고, 또 그것이 자녀가 결부된 공정성의 문제라서 그닥 문제 삼지 않은 기억이 있다.
 

 요즘말로 웃픈 현실이지만, 식탁에서 자녀 문제로 대화 중 섣불리 공정성을 입에 올리다가는 세상 물정 모르는 남편이라는 면박과 함께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관심 이외는 없다는 추상같은 주의를 받는다고 한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를 찾아보니 한국인 10 중 8명은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공정성을 타자화 내지는 대상화 시킨다는 데 있다. 8명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불공정한 사회를 우리가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나 자신을 빼놓은 우리가 아닌가를 따져봐야 한다. 8명이 응답한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8명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많다. 그리고 독자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각자의 입장은 그것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우리가 좀 더 치열한 논의를 거듭해서 정파적 이해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점을 명확히 하자. 공정한 사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부터 일상에서 나의 공정성 점수를 단 1점이라도 올려보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불공정한 세상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성에 가장 비관적 평가를 내린 세대가 20대라는 사실은, 우리가 불공정한 사회를 세습시켰다는 사실로 읽히기 때문에 너무 아프다.

 거창하게 말고 우리 일상에서 더 공정하게 살자. 설령 그것이 내 자녀의 문제일지라도.

유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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