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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마을에서 나이 들기

기사승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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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과 공생의 지역사회 자원과 함께 정든 마을에서 나이들어 갈 수 있는 따뜻한 돌봄이 살아있는 지역을 함께 만들어 보자

 

  과거 원주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로 늘 사람이 북적이던 중앙동 일대는 시청  이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신택지 개발로 사람들이 떠나면서 몇 년 사이 대형 요양시설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남녀노소의 문화공간이었던 극장이 헐린 자리에도, 산후조리원이었던 곳도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지금 원주지역에만 노인 요양 시설은 34개소로 늘어났다.
 

 같이 사시던 시어머니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요양 시설을 찾을 때만 해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극빈자들은 양로원을 이용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 장기 입원 시켰지만 이것도 중증이어야 가능했다. 다행히 실비요양시설이라는게 막 생기던 때라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는 시설에 입소하셨고 2008년 7월1일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던 그해 5월까지 집과 시설 그리고 병원을 오가시다 결국 돌아가셔서야 시설을 나오셨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고 수많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생기고 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센터, 재가노인지원 서비스등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들이 생겼다. 과거에 비해 서비스의 질도 나아졌고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살고 싶은 시설"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오랫동안 정든 내 집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한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최대한 내가 살던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가족, 이웃들과 단절되지 않은 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다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말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국민의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평소 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주거,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거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사회란 단절된 시설에서 살던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장소를 옮겨 살아야 한다는 공간으로서의 의미이자,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이라는 의미이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함께 상호 의존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돌본다는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강조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주지역에서는 협동조합단체를 중심으로 2016년부터 매년 한 두 차례씩 일본 지바현 사회복지법인 바람의 마을 연수를 다녀 올해로 6차례에 걸쳐 조합원, 공무원, 시·도의원, 복지단체 등이 참여했다. 바람의 마을은 1994년 일본 생협 중 최초로 사회복지사업을 추진해 자국 내에서 선진 사례가 된 곳으로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답게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갓난아이부터 장애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 응원하고 있으며 지원하는 사람도 지원을 받는 사람도 지역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지역 만들기를 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수차례의 연수와 논의를 거쳐 우리 지역에서도 '지역포괄돌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개성과 존엄을 지키면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 영역이 힘을 모아 질 좋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원주를 공생의 지역사회로 만들어 나가고자 시도하고 있다.
 

 2026년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노인 인구가 된다. 2023년이 되면 신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같아진다고 전망하고 있다. 어쩜 이 시기는 더 빨라 질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자 증가, 독거세대 증가라는 가족 형태의 변화,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고용환경의 변화, 저성장 시대의 도래, 빈곤과 사회 양극화의 심화라는 일본 사회 미래를 꿰뚫고 이에 선결적으로 대처해 나갔던 지바현 '바람의 마을'처럼 원주도 협동과 공생의 지역사회 자원과 함께 정든 마을에서 나이들어 갈 수 있는 따뜻한 돌봄이 살아있는 지역을 함께 만들어 보자.

용정순 강원신용보증재단 본부장/전 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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