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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사회를 넘어 문화도시로

기사승인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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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건강한 힘을 바탕으로 원주를 문화도시로 만들어갈 때 사회의 다양한 갈등은 극복되어질 것이다.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원작의 줄거리는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불평등과 어려움을 그린 것인데, 젠더 이슈를 대표하는 페미니즘 영화로 떠오른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단순히 남녀불평등을 다룬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 출산과 경력단절에 부닥치는 불합리한 사회적 시스템 등을 마주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공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주말 집회가 두 달째 지속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회는 다원주의로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사회는 여전히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이념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세대간 갈등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노인 복지혜택 확대, 청년수당 지급,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을 두고 청년층과 기성세대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념, 젠더, 세대, 인종, 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8년에 발표한 '사회갈등지수와 갈등비용 추정'이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37개국 중 갈등관리역량 대비 잠재적 갈등 수준이 32위로 심각한 상태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갈등지수(1.02)를 스웨덴 수준(0.21)으로 줄이면, 1인당 국민소득이 13%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갈등으로 엄청난 비용이 지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갈등 없는 사회는 없으며,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갈등의 수준과 갈등을 해결해 갈 수 있는 국가적·사회적 역량이다.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은 『옳고 그름』에서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다루었는데, 인간들은 서로 협력하는 본성을 키워가면서, '우리'의 이익을 위해 '나'의 손해를 받아들이는 성향이 발달했고, 그러면서 도덕성이 생겨났다고 했다.

 그런데, 협력의 본성은 집단 내 결속을 강화하지만, 다른 집단과는 갈등을 악화시켰다. 인간은 '우리'를 앞세우면서 이념, 인종, 성별, 종교 등에서 내편과 네편으로 나누고 갈등을 양산하며, 내편은 옳고 네편은 그르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점점 다원화하는 사회에서 다양한 집단들이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지난달 말 원주시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추진한지 6년만에 가입이 확정됐다. 대한민국은 이념갈등으로 분단국가가 되었고, 강원도는 남북한으로 나누어진 분단도이며 원주시는 군사도시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생명문학이 원주에서 꽃피고, 문학을 통해 평화를 이루고자하는 의지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도시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교류와 소통을 통한 네트워크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유네스코의 정신은 갈등을 넘어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원주시의 유네스코 네트워크 가입은 원주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주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6만 5천개의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원주시민 한명 한명의 삶이 모여서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편 네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소통하면서 문화의 힘으로 각자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원주는 1970년대 독재에 항거하면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켰고, 1980년대부터 생명존중을 바탕으로 협동과 나눔을 통해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했으며, 2000년대 이후는 토지문화관, 그림책협동조합, 한지문화제, 한도시한책읽기운동 등 문화적 발현을 통해 도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시민의 건강한 힘을 바탕으로 원주를 문화도시로 만들어갈 때, 사회의 다양한 갈등은 극복되어질 것이다.

류희경 중천철학재단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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