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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 흘린 '원주여고 우리 할머니'

기사승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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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교를 찾은 할머니들이 작품을 보며 얘기하는 순간은 피카소나 모네의 것 보다 수줍었지만 더 큰 기쁨을 안겨 주었을 것

 

  '옛 원주여고 추억의 사진전'이 지난 달 옛 원주여고 교정에서 열렸다. 도심 한가운데 버려진 공간인 옛 원주여고를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명륜1동 주민들이 합심해 계획한 전시회였다. 옛 원주여고의 수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학생작품 등 200여 점이 전시됐는데, 전시회를 찾은 동문들과 주민들의 반응이 꽤 뜨거웠다.
 

 일반적으로 우리사회는 행사를 평가할 때 행사의 내용과 질보다는 참석자 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는 지역 주민의 창의성과 간절한 바람으로 이루어졌기에 오히려 질 높은 알찬 행사를 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행사였기에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언제든지 옛 원주여고를 방치하지 않는 대안으로 활용한다면 문화 시민 공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배경에는 남북분단의 상징 DMZ처럼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옛 원주여고를 개방해 뉴욕의 센트럴파크같은 평화시민공원으로 만들자는 필자의 제안을 적극 수용해준 주민, 안재은 원주여고 교장, 신승희 명륜동장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다. 또한 연세요양병원 젊은이들이 경험은 물론 전문성도 없었지만 힘을 합쳐 아름다운 옛 교정을 감동의 전시회장으로 승화시켰다.  
 

 전시된 사진을 통하여 60~70년전 궁핍했던 시절에서 현재에 이르는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사진은 넥타이를 메고 흰고무신을 신은 선생님들, 교내 체육대회 때 '금남의 집' 교문 밖에서 구경하는 주민과 군인들 모습, 원주천에서 군인들을 위한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를 씻는 학생들의 모습(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등이다.
 

 전시회장을 찾은 몇몇 원주여고 할머니들은 꽃다운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그 모습은 예술 장르의 울타리를 확장 시킨 팝아트 선구자 리히텐슈타인의 명작 중 '행복한 눈물'을 연상시켰다.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감동과 감격의 '행복한 눈물'이었다. 그들이 "내 얼굴과 작품이 여기있었네"라고 작품을 보며 얘기하는 순간은 피카소나 모네의 것 보다 수줍었지만 더 큰 기쁨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철강산업 쇠퇴로 오랜기간 버림받은 도시였다가 20여년 전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되찾은 훌륭한 도시 재생의 롤모델이다. 창의문화도시로 선정된 원주시가 이 전시회를 계기로 옛 원주여고를 활용한다면 제 2의 빌바오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사업에도 탁월한 장소가 될 것이다. 원주가 낳은 시인이자 작사가인 박건호 가요제를 컨텐츠가 있는 옛 원주여고에서 개최한다면 원주시는 '송가인이여라제2의 미스트롯'을 탄생시키는 문화 예술 장소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또한 1천만 뉴욕 도심 맨하탄 한가운데 있는 센트럴파크는 세계 5대 마라톤 중 하나인 뉴욕 마라톤의 골인지점으로 많은 관강객이 찾아오는 곳이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처럼 70년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옛 원주여고를 시민 문화 예술공원으로 변화시킨다면 매년 열리는 원주 국제걷기대회의 골인지점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박창호 원주연세요양병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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