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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문화원 장성훈 대표

기사승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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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보다 사람, 약속은 계약보다 중요"

  돈보다 사람이 중요했다. 그래서 한번 한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켰다. 남이 하지 않은 일을 끝까지 했고, 위기일 때 공격적인 운영을 했다. 장성훈(59) 돼지문화원 대표가 축산분야 최고농업기술명인 선정, 동탑산업훈장 수상, 한돈자조금 대의원회 의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었고 정부 지원도 받지 않았다. 온전히 혼자였다. 대출과 퇴직금 5천만 원으로 시작해 20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22년간 돼지아버지로 살고 있는 장 대표다.
 

 평생을 축산인으로 살고 있는 장 대표는 다비육종이라는 종돈 영업사원으로 잘 나가던 때 회사를 그만 두고 지정면에서 돼지 100두로 농장을 시작했다. 3억짜리 농장을 5천만 원으로 시작한 '배포 큰' 젊은이였다. 1997년 8월 24일이었다. 축산고등학교,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현장 경험을 오랫동안 쌓았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하지만 100일 정도 뒤 IMF가 터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모든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니 수익은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숨만 쉬고 앉아있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이 끝까지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 올 수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원래 가진 것이 없었으니 수익이 없는 건 큰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규모를 더 늘렸다."
 

 6개월 뒤 장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경영이 정상화 됐고 돼지 값이 오르면서 수익도 가파르게 올랐다. 생각날 때마다 메모했다. 포스트잇에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하나씩 성취해 가는 보람이 또다른 용기를 내게 했다. 적자 폭도 점점 줄고 하는 일마다 잘됐다. 돼지농장을 시작한지 7년 만에 '금보육종'이라는 전문 종돈회사와 인공수정센터인 '금보유전자'를 설립했다.

 2011년에는 1992년 일본 사이보쿠에서 온천에 온 손님과 연계해 식당을 운영하는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것을 보며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을 현실화 시켰다. 돼지문화원 문을 열며 6차 산업을 시작한 것이다. 돼지문화원 1만6천528㎡(5,000평) 부지 3층 규모 건물에는 소시지, 돈가스, 떡갈비를 만드는 가공 공장이 있고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식당과 세미나 룸, 숙박시설이 있다. 100여 명 되는 직원과 신발 끈을 단단히 맸다. 하지만 얼마 뒤 구제역이 터질지 몰랐다.

 2만2천 여 마리를 땅에 묻고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6개월씩 급여가 밀리자 직원들이 하나둘 떠났다. 결국 10여 명만 남고 5년 간 모든 것이 제자리걸음만 했다. 업계에서 잘나가는 회사로 손꼽히며 승승장구했었는데 다시 출발선이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5년간 200억 원은 손해를 본 듯 하다. 특유의 성실함, 자신감, 신뢰, 소통능력을 발휘했다. 그때 한 펀드회사에서 80억 원을 대출해 줬다. "가진 것 없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큰 도움이 됐다. 어려울 때 사람이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사에 남아 준 사람들이 지금 돼지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고 말하는 장 대표.
 

 이후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했다. 자체 개발한 '치악산 금돈'은 1등급만 취급하기 위해 180일 이상의 사육기간과 30일 이상 전용사료를 먹여 키우고 있다. 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는 가공식품은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돼지문화원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재료는 국산이다. 먹는 것만큼은 '최고'로 제공해 주고 싶은 장 대표 욕심에서다. 최근에는 명인의 특수 모듬과 사골을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로부터 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마치고 대관령축산고등학교(현 상지대관령고등학교)와 강원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장 대표. 아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꼽을 만큼 가족에게도 인정받는 가장이다. 현재는 딸이 같이 일하고 있으며 아들은 같이 일하다 바깥세상을 좀 더 배우고 오겠다며 다른 축산업계에 취업했다.
 

 요즘도 경제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매월 몇 억 원씩 적자가 나고 부채도 꽤 있다. 그래도 장대표가 잊지 않고 하는 것이 기부다. 5년간 1억 원을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며 원주사회복지협의회 이사로 매월 푸드마켓에 100만 원 이상 후원하고 있다. 고성 산불, 중앙시장 화재 현장에도 후원했고 늘 어려운 현장에는 장 대표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장 대표는 "기부도 경영 일환이다. 돈 벌어서 기부해야지 하다보면 못한다. 일상생활처럼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이지만 여행, 캠핑을 하며 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며 깨달은 것이다. 호흡을 길게 해야 오래 갈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새해 계획을 묻자 "최근 심혈관 질환 검사를 받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 같아 올해는 좀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서 "건강해야 오랫동안 돼지아버지로 살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음을 보였다.

서연남 객원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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