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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사회적기업 '땀'을 준비하며

기사승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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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시작하는 '땀'이 원주에 있는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인 빛이 됨과 동시에 우리나라 전체에 메아리가 돼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노숙인이란 어색한 단어를 아주 익숙하고 친근하게 살아온 세월을 뒤로하고 평범한 세상 속에서 은은하게 파묻혀 살아가는 세월이 되는가 싶었다.

 2020년 경자년부터는 사회복지의 일선에서 물러나 세상이 흐르는 대로, 시간이 가는대로 유유자적하며 나를 맡기려 하였는데, 노숙인센터에서의 시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는가 보다. 노숙인센터 입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힘들어 할 때, 그들의 편이 되어 함께 울고 웃었던 세월의 흔적이 앞으로도 동반자로 함께하고 싶다는 요청으로 돌아왔다.

 "원주에 있는 친구며 형제들이 노숙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사회 재진입에 성공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자신이 생길 때까지 함께해 주세요", "우리의 손수레를 앞에서 끌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너무 기쁜 요청이었다.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난 다시 이들과 함께 의기투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첫 관문인 창업지원의 서류심사를 제출하고 면접 심사까지 응시하여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첫 단추가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복지였다면 이번 단추는 노숙을 청산한 그 옛날의 노숙인들이 지금의 노숙인을 일으켜 세우는데 앞장서고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회적 기업의 명칭은 '땀'으로 하였다. 창업을 하고자 뜻을 모은 멤버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땀 흘리는 만큼 우리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함께 하기로 한 이들의 눈에도 술이며 도박이며 PC에 중독되었던 흔적은 이미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뜻이 굳건하였다.

 우리의 뜻이 여기에서 꺾이지 않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앞장서서 끌고 가는 내 자신이 먼저 힘을 내야 된다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우리가 시작하는 '땀'이 원주에 있는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인 빛이 됨과 동시에 우리나라 전체에 메아리가 되어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빠르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개선을 위한 숙제부터 풀어야겠지. 노숙인은 사회의 적이요, 예비적 범법자로 색안경 쓰고 있는 우리의 사회를 탓 할 수는 없다. 아주 근거 없고 터무니없는 모함은 아닐 것이다.

 나도 이들과 형제로 동반자로 함께 할 각오라면 사회의 구성원들이 던지는 돌을 함께 맞고 견딜 각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는 다른 대상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와는 처음부터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세상을 원망하고 불만이 가득한 이들이 혹시나 절도를 하거나 강도로 돌변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죄인들을 함께 모아놓고 관리하는 수용소 시설개념의 사회복지로 출발하였다고 본다.

 하지만 원주에서 작게 시작하는 우리의 의지가 깨지지 않는다면 그 날은 분명히 온다. 동녘에 아침햇살이 찬란하게 떠오르는 것을 함께 바라보며 우린 누군가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우린 해냈다. 함께해서 좋았다" 라며 "우리가 노숙을 하며 세상을 원망한 것은 새로운 삶을 위한 밑거름일 뿐이었다고"  외칠 것이다.
세상을 향해! 미래를 향해!

이상길 전 원주노숙인센터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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