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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더 아팠던 것은…

기사승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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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활용해 의료진 보호…우리나라에선 각계각층 반대로 난항

요즘엔 대역죄인보다 더 큰 죄인이 감기 환자다.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주위에서 레이저 수십 방이 쏟아진다. 행여나 병원 진료대기실에서 마스크라도 안 쓰고 있으면 누군가 한 마디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웃나라 중국에서 수천 명이 죽어나가니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중국에서도 환자와 의료진의 접근을 차단하는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대신 원격의료 시스템을 활용해 의료진은 보호하고 진단은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들이 눈에 띤다. 베이징이나 쓰촨 종합병원이 우한 시내 병원과 연결해 원격 진료를 하는 풍경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감염자를 담당할 전문 의료인 부족 문제를 중국은 원격 진료로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의 '원'자만 꺼내도 몸서리치기 일쑤다. 의료계에서는 환자에 대한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다. 시민들도 원격의료 이야기를 꺼내면 대기업 의료민영화로 연결시켜 얼굴을 붉힌다. 이 때문에 강원도 원주는 정부로부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각계각층의 반발로 한 걸음조차 내딛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같이 코로나19가 대거 확산됐다면 상황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중국 못지않은 국가적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한다. 지난 2주간 심한 독감에 걸린 개인적인 경험을 되짚어 봐도 그렇다. 기침은 그치지 않았고 콧물을 쉴 새 없이 나왔다. 병원 진단은 단순한 독감이었지만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보다 괴로웠던 것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장난을 좋아하던 동료들은 내 옆에 있는 것조차 괴로워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기침하는 모습을 보이면 찡그린 표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상황이 이러할진대 코로나19가 중국 수준으로 확산됐다면 국가적 대혼란은 불가피 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해결된다 해도 새로운 전염병은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의료인은 감염자를 일일이 대면해야 하고 접촉자는 지정된 시설에서 격리될 것이다. 지역사회도 행여나 병에 걸리지 않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불쾌한 감정을 발산할 것이다.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늘어나고 있지만 한탄만 하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특정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볼모로 잡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김득구(가명.태장동)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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