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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하 건축사

기사승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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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근대건축물 정보 '척척박사'

 

 원주의 근현대건축물을 비롯한 오래된 건물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서교하(56) 원주근대도시건축사연구소장을 찾아가면 된다. 웬만한 원주의 근현대건축물 정보에 대해서는 척척박사다. 2014년 경 부터는 원주 중앙동 중심가를 3D로 재현하는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다. 이미 사라진 원주극장, 문화극장, 시공간극장이 90년대 모습 그대로 자리 잡고 있다.

 실측조사와 실제 도면으로 작업해 실제 극장 모습과 똑같다. 서 소장이 옛 건축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5년 경 부터다. 평원로를 지나다 문화극장이 철거되는 것을 보면서 건물주를 비롯해 지역 사람들을 만나 철거를 막아보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기록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물주의 허락을 받아 이틀간 문화극장 곳곳을 둘러봤다. 실측을 했고 영사실 위쪽 천정에서 상영일지를 발견했다. 극장 곳곳에서 입장권 보관상자, 영사기램프 등 문화극장과 세월을 함께 한 물건들을 챙길 수 있었다. 문화극장이 사라진 얼마 뒤 아카데미 극장도 없어질 위기라는 소식이 들렸다.

 남아있는 유일한 단관극장을 잃는 것은 역사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는 원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원주시의회에서 도시재생특위를 구성해 도시재생과 관련된 활동을 활발히 하던 용정순 의원 제안으로 원주도시재생연구회를 만들었다. 매주 모여 도시재생과 관련된 공부를 했고 지역의 도시재생 현안 사업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뜨거운 감자는 아카데미극장이었다.

 아카데미 극장의 보전과 활용에 대한 논의는 '아카데미로의 초대'라는 행사로 시민들과 만났다.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단관극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씨도로'라는 작품도 남겼다. 아카데미극장 보전은 진행형이다.

 육민관고등학교 창육관도 잊을 수 없는 건물이다. 리모델링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자는 의견을 냈다. 1949년 강원도 최초 사립학교로 개교한 학교법인 육민관의 본관이었던 창육관은 원주시와 서 소장의 노력으로 원형을 보존하게 됐고 국가등록문화재 제702호로 등록됐다. 건물 곳곳을 살펴보다 건축당시 계약서와 도면, 기초공사 사진도 찾았다.

 2016년에는 1910년 이전부터 현재까지 근대문화유산을 조사하기도 했다. 서 소장은 "건축물 하나하나는 개인의 것이지만 사람으로 이어지고 도시를 이루면 모두의 것이 된다"면서 "도시는 모두의 것이고 공유되어야 한다. 오래된 건물을 지키는 것은 우리 역사를 보존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20여 년을 건축사로 살면서 무엇인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서 소장. 공대생이었지만 한문, 한시도 꽤 잘했고 붓글씨도 수준급인 낭만적인 청년이었다. 대학 시절 4년 내낸 붓글씨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수필가였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독서는 일상이었다. 환경, 전통, 자연이 어우러지는 건축을 하고 싶었고 건축을 의뢰해 오면 항상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를 한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듯 서 소장의 건축의 중심에는 늘 자연과 사람이 있다.

 기억에 남는 설계는 귀래 작은예수공동체 그룹홈이다. 시설이 아닌 가정집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배론성지 순례자들의 집은 제안을 받자마자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한 사당인 종묘가 생각났고 전통건축을 생각하며 설계했다.

 다시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있다. 2011년 원주시건축사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따뚜공연장에서 출발해 향교-남산-원동성당-아카데미극장-급수탑-천주교원주교구 주교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치악체육관까지 이어지는 4시간에 걸친 근대건축물 돌아보기를 했는데 전국에서 200여 명이 참여했고 호응도 좋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역사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참석자들 스스로 깨달았던 시간이다.

 지금도 오래된 건축물이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달음에 달려가는 서 소장. "기억의 집합소인 도시를 보존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라며 "시대별 원주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현장을 기록하고 보존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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