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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둥지를 올려다보며

기사승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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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이면 신종 전염병도 사라지고 흉흉했던 세상도 일상으로 돌아갈 것.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이니…

 

 날씨가 많이 포근해졌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까지 내립니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더 이상 추위는 없겠지요. 하기야 "세계 곳곳서 겨울이 사라졌다.", "겨울이 동면에 들어갔다."는 말이 일간신문의 머리기사로 올라올 정도로 요번 겨울은 참 포근했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저희 집은 겨울마다 땔나무 장만이 큰일거리인데, 요번엔 땔감도 많이 들지 않고 아주 수월하게 지났습니다.

 그런데 속담에 '입춘추위는 꿔다가 해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올 입춘 무렵엔 한파가 꽤 매서웠지요. 영하 십 몇도 쯤이야 예전 어릴 적 추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련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워낙 포근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느끼는 추위가 더했던 거지요. 그런데 이번 입춘 혹한에 저희 집 마당 수도가 얼어 터졌습니다.

 아침에 나가보니 수돗가 주변이 얼음판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오줌독 얼어 터진다.'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우리 조상님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적절하게 절기의 특징을 표현했을까 속으로 감탄하면서, 수도꼭지와 한참 씨름을 했습니다. 포근한 날씨만 믿다가 단속을 안 한 게으름 탓이지요.

 오늘은 영상의 날씨 속에 봄비까지 내리는데, 겨울보다도 마음이 더 움츠러드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그렇지요. 바로 새해의 문턱에서 느닷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많은 나라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거리는 한산해지고 불신과 경계하는 마음들로 세상이 어수선합니다.

 감염 확진자가 들렀던 식당과 병원이 봉쇄되고, 마트가 문을 닫았습니다. 입국 규제와 관련된 국가 간의 잡음도 들려옵니다. 이웃 나라에선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너무나 황당하고 슬픈 일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던 인간이 눈에도 보이지 않고 느끼지도 못하는 미생물에게 이처럼 맥을 못 추고 무너져 내리다니,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있지만, 실상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인터넷 상에서 읽게 되는 응원과 격려의 말들에서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기도 합니다. 물론 기회다 싶어 험담을 일삼고 흠집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비양심적인 정치꾼들만 아니라면 말이지요.

 글을 쓰다가 잠시 밖에 나가 고목 위의 까치둥지를 올려다봅니다. 겨울이면 빠뜨리지 않는 저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까치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 오늘은 얼마나 집을 늘렸나 살펴보는 일. 까치는 예로부터 길운과 길상을 나타내는 보은의 길조로 여겨왔지요. 저희 집 옆 서낭당 터에 말채나무 고목이 몇 그루 서 있는데, 그 말채나무에 까치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거든요.

 까치들은 겨우내 마른 나뭇가지를 물어 올려 보금자리를 늘려갔습니다. 작년엔 죽은 고목에 있던 둥지를 헐어 옆의 나무로 옮겨 짓더니, 요번 겨울엔 그 옆에 새로운 둥지를 또 하나 짓고 있습니다. 암수 한 쌍이 마른 나뭇가지를 물어 날라 요리조리 얽어 짜는 모습이 참 다정해 보입니다. 이제 모두 네 채의 까치둥지가 서낭당 터에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는 데도 포근해서 그런지, 까치들은 둥지 밖에서 여전히 보금자리를 다듬고 있네요. 여름날 폭풍우가 몰아쳐도 저 까치집들은 온전할 것입니다.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인간세상과는 달리 의연하게 집짓기에 열중하는 까치 부부를 올려다보며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3월이 되어 따뜻해지면 저 아늑한 둥지 안에는 희망의 알들이 보송보송하게 자리 잡겠지요.

 그때쯤이면 신종 전염병도 사라지고 흉흉했던 세상도 다시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 넘치는 희망의 계절이니까요.

김종호 시인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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