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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배움터, 마을공동체의 힘으로

기사승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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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자유로운 선택 속에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자

 

 지방자치, 미래 교육에 대한 담론이 여전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 시대의 도래로 학교 교육도 기존의 지식기반 중심에서 역량기반 중심 으로 패러다임이 변해 가고 있다.

 많은 교육학자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의사소통, 협업,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자기관리 역량, 공동체 역량, 의사소통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교육 사조의 변화 속에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인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삶의 공간인 가정, 마을과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처럼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삶의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학교를 넘어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학교는 여전히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기보다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해야 할 돌봄, 방과 후 교육 활동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 교육 과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방과 후 활동이나 돌봄 문제로 학부모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제 방과 후 교육 활동이나 돌봄과 같은 부수적인 활동들은 학교,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결합으로 그동안 학교에서 담당해왔던 돌봄, 방과 후 활동, 청소년 교육 사업이 학교 밖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해 가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서도 2016년부터 '마을이 학교를 키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모토로 학교와 마을의 모든 교육적 자원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미래의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온마을 학교, 마을 선생님, 학교협동조합, 행복 교육지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마을, 지방자치단체, 학교, 교육청의 긴밀한 협조 속에 학교 교육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 추진 속에서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영역이 아이 돌봄과 청소년의 활동 공간 마련이다. 과거보다 맞벌이 가정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많은 부모가 방과 후 아이들 돌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를 비롯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정 부분 돌봄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용인원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퇴근 시간에 맞게 사설학원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현실적인 해결방법은 없는 걸까? 대안은 마을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먼저 우리지역의 아이들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읍면지역은 마을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마을 어른들이나 마을활동가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동지역은 아파트 단지 내 공간(놀이 시설, 도서관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단지에 거주하는 학부모가 나서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인 행·재정적인 지원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원주시에 30여 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고,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 함께 돌봄 사업, 아이돌보미 사업이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업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우리 지역에 맞는 시스템을 마련하자.

 또한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중학교의 자유학기(년)제, 방과 후, 주말이나 방학 동안 청소년들이 다양한 취미·동아리 활동, 교과 외 배움 활동이 공간이 부족하여 교육적인 효과나 청소년들의 성장 활동력을 담보해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원주 YMCA, 원주 청소년문화의 집, 중앙청소년 문화의 집, 문막 청소년문화의 집, 원주교육문화관, 원주시립 중앙도서관 등이 있지만 지역 청소년 인구나 접근성 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 따라서 청소년을 위한 복합커뮤니티센터를 권역별로 마련하여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히 제안해본다. 아이들 돌봄 문제나 청소년 활동 공간 마련은 먼 훗날 우리 지역을 이끌어 갈 건강한 원주시민을 기른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보자. 우리가 사는 이곳은 이 아이들이 앞으로 가꾸고 이끌어 갈 삶의 터전이다. 적어도 이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자유로운 선택 속에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자. 이는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도리이자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손상달 섬강초등학교 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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