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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 계획이 있구나…"

기사승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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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영세사업자들…금융지원 등 간접지원 보다는 직접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코로나 발생 50여 일 만에 상가 매출은 반 토막 나고 IMF 때도 불야성을 이루던 단계택지는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하다.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고 어쩌다 문을 연 집도 사람이 없다. 도미노처럼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에 기대 살던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생도 일자리를 잃고 프리랜서들도 올 들어 일거리가 하나도 없으니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19 확산으로 영업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코로나 19 특례보증이라는 금융지원책을 내놓았다.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기존 보증 잔액이 있더라도 코로나로 영업 손실이 있거나 경영애로가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보증 잔액 2억 이내에서 최대 7천만원까지 저리로 대출을 해 주는 정책이다. 1조였던 예산에 2조를 추가 했지만 감당이 어려울 것 같다.

 식당이며 꽃집이며 술집, 노래방 등은 텅텅 비어 하루에 손님 한 팀 받기 힘든데, 빚이라도 내서 버티려는 자영업자분들의 상담 요청은 강원신용보증재단의 영업 개시 시간 이전부터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 밀려드는 보증요청을 감당 못해 하루 상담 인원을 제한하자 새벽 4시부터 와서 줄을 서는 일이 생기고 상담 접수가 마감돼도 막무가내로 문을 밀고 들어오신다.

 대부분 영세한 1인 사업자이시니 가게 문을 닫고 찾아오신 분들이다. 절박한 사람들의 사연은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자 수 만큼 길고 길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우선 멈춤'은 너무나 먼 얘기다.

 이미 받았던 대출금을 한푼 두푼 어렵게 갚고 있었는데 또 다시 빚을 내야 할 판이다. 쌓여가는 공과금과 월세와 대출금이자, 보험료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에 빚을 내서 빚을 갚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이 마저도 모든 사람이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시간을 대기해 상담을 받고 여기저기 다니며 서류를 떼어 제출하고도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직원들이 매일 야근하고 휴일 근무까지 하며 일을 해도 업무가 폭주해 미처 처리를 못해 그렇다니 화를 낼 수도 없다. 대출금 나오기 전까지 어디서 급전이라도 빌려 막아야 하나 막막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 숙박, 음식점 업종의 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27조원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급격하게 불어나는 자영업자의 빚이 한국 경제의 부실뇌관이 될지 모른다. IMF 당시 무분별하게 발행되던 신용카드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던 악몽이 떠오른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재난기본소득'이니 '재난수당'이니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시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면 최소한의 생계비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소비가 진작되고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현금지원이 소비촉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선거를 앞둔 선심성이니 무책임한 세금 퍼붓기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신용도 좋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이렇게 '마구' 대출을 내 주었다가 나중에  상환하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될 것을 염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그래도 살아보려고, 어떡하든 버텨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지금 당장" 도와 주지 않으면 수급자로 전락해 더 많은 공적 자금을 투여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저리의 빚을 내게 하는 금융지원이나 세제지원이라는 간접지원 방식보다 직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생계의 위협으로 극단의 상황으로 내몰린 국민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이다. 지금이 바로 위기 상황이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 전망이 짙어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입을 충격은 상상을 넘어설 수 있다.

 당장 벼랑 끝에 매달린 이들에 대해 신속한 소득 보전을 해서 먹고 살게 해주고 아이를 돌보게 해주고, 가게 문 안 닫고 버티게 해 줘야 한다. 이런 대책이 앞서고 그 이후에 경기를 일으킬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들이 따라야 한다.

 "정부는 다 계획이 있구나!"
누구도 예기치 못한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경제 재난 시기에 우리 모두는 그렇게 믿고 싶다.

용정순 강원신용보증재단 본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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