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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삶의 변화

기사승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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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은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감염병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확인하는 일이 생겼다. 나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일이다.
휠체어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욕창수술을 몇 번 받은지라 누구보다도 건강에 민감한 편이고 조금이라도 열이 나거나 오한이 생기면 염증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염증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현재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또 한 번 전염병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내가 만약 코로나에 걸린다면?' 이 생각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에게는 고민이고 걱정이 아닐수 없다. 장애 특성상 매주 2~3회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도 불특정 다수에 의한 집단감염이 높아지니 가지 않게 되었다.

 자기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인 셈이다. 활동지원인도 병원에 다니는 것을 불안해하는 눈치이다. 물리치료를 받지 못해서 당장 온몸의 근육이 쑤셔와도 병원을 안 가는 게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일상생활이 코로나19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모든 것에 촉각을 세우며 의심의 감각이 뾰족하게 살아있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라도 하게 되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들을 보면서 보이지도 않은 바이러스에 이토록 예민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은 매일 밀접한 거리에서 신변보조를 받으며 사람들과 접촉해야 한다. 하루라도 몇 번씩 머리에서 발끝까지 활동지원인 손을 거쳐야 해서, 전염병이 유행하면 긴장하게 된다. 본인이나 활동지원인이나 상대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병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나로 인해 병에 걸리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든다.

 지난 달 대구에서 장애인 확진환자가 나왔다. 접촉자로 분류된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어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24시간 생활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적장애인은 증상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워 생활지원자와 매우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로 이 위험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청도 대남병원 집단감염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폐쇄병동의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았더라면, 그래서 동네 가까운 병원을 이용하며 건강상태를 점검받을 수 있었다면 사망자가 속출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 생존을 위협받았던 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구제소송을 냈다. 그러나 '장애인 감염병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법원 강제조정에 복지부는 끝내 조정을 거부했다. 복지부는 지금까지도 장애인 감염병 안전 문제와 관련해 어떤 가이드라인도 만들지 않았다.

 현재까지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다. 장애인 확진자는 병원에 따라 생활지원을 받거나 받지 못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별도의 매뉴얼은 물론, 별도의 인력도 없기 때문에 장애인 확진자를 병원 측에서 부담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으며 먹고, 씻고 자는 과정 전반에 걸쳐 생활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이 입원했을 때 현재의 간호 인력으로 지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활치료센터도 대안은 되기 힘들다. 대부분 기숙사, 수련원 등을 임시로 지정해 생활지원센터로 만들고 있어 장애인 화장실과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비준국가로서 장애인의 재난위험 감소정책 시행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속히 장애인과 감염병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김용섭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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