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도내 유일 '트리플 크라운' 김종호 시인

기사승인 2020.03.30  

공유
default_news_ad1

- "단 한 작품으로 기억되면 족해…"

"한 번 읽고 잊혀지지 않는 글 쓰기 위해 노력"

김종호(63·한라대 외래교수) 시인은 남들은 평생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신춘문예에 세 번이나 당선되는 특별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지난 82년 시 '살풀이'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92년 '꼬마물떼새'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됐다. 2017년에는 시조 '겨울, 횡계리에는'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동시·시조 등 신춘문예 3개 운문분야에서 모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등단의 꿈을 이룬 이는 더러 있었지만 신춘문예 3개 운문분야에 모두 당선돼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문인은 도내에서 김 시인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김성수 원주문협 고문이 조선일보와 평화신문 신춘문예에서 시와 동시로, 2009년 작고한 원주출신 마종하 시인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연속해 시로 당선된 바 있다. 역시 원주출신인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도 신춘문예를 통해 시와 소설, 동화로 등단했지만 운문 3개 분야에서 모두 당선된 것은 김 시인이 유일하다.

김 시인은 문막읍 궁촌리 작은 시골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골프장이 들어선 센추리21컨트리클럽이 매일 나무를 하고 꼴을 베러 다니던 마을 뒷산이다. 비두초등학교 재학시절에는 수업이 끝나면 교내에서 유일하게 문고가 있는 6학년 교실로 달음질 쳤을 만큼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동화와 위인전을 포함해야 50여 권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문고였지만 매일 6학년 형·누나들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고를 감내했을 만큼 책을 접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원주시내로 나와 중학교에 진학하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교내 외 실기대회와 백일장에서 늘 상을 독차지 하는 등 글쓰기에 소질을 보였다. 문학도를 꿈꾸며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런 그가 고교 졸업 무렵에는 당시 2년제인 교대 진학을 선택한다. 원하는 대학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실력이었기에 선생님들도 아까워하며 그를 만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안의 가장으로 어려워진 집안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위로 세 분의 누님과 아래로 두 명의 여동생을 둔 김 시인은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음에도 "내 공부 때문에 진학을 포기한 두 여동생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고 했다.       

수석으로 입학한 춘천교대에서는 교지와 학교신문,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문학에 대한 갈증을 달랬다.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시화전이나 문학의 밤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선두주자로 당시 춘천교대 교수였던 이승훈 시인과의 만남도 김 시인의 글쓰기에 깊은 영감을 줬다. 

76년 정선 대동초교에 부임해 2009년 횡성 공근초교에서 명퇴할 때까지 교단에 선 33년은 후학양성과 자기계발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시간이다. 1983년 두 번째 도전 만에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이 계기가 됐다. "예상치 못 한 등단 소식을 접하고 덜컥 겁이 났다"는 김 시인은 "내 글이 문학의 본질에 부합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평생이 걸리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제대로 된 문학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도 그 무렵이다. 파독 광부 출신으로 '교수가 된 광부'라는 책을 발표한 권이중 교수의 이야기에 큰 힘을 얻었다고 기억한다.

95년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2006년 강원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12년 넘게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김 시인은 경력이나 이력에 비해 발표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올해로 등단 40년이 되지만 '둥근 섬' '적빈의 방학' '한 뼘쯤 덮고 있었다' 등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을 발표했을 뿐이다. 동시 관련 교재를 포함해도 6권이 전부다.

김 시인은 "시집을 마구잡이로 내고 싶지는 않았다"고 잘라 말한다. "김소월이 남긴 시는 500여 편에 불과하지만 그의 작품을 연구한 석·박사 논문은 3천여 편이 넘는다"고 소개한 그는 "시인 김종호를 이야기 할 때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 한 편이 있다면 그 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또 "문학은 목적이 되어야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여력이 있는 한 끝까지 문학활동을 할 것이고, 다작을 하기보다는 한 번 읽고 잊혀지지 않는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