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1963년생 아카데미극장의 2020년

기사승인 2020.04.06  

공유
default_news_ad1

-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시민들의 기억이, 원주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무도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이야기 하지 못할지 모른다.

 

 아카데미극장에 있어 올해는 뜻 깊은 해이다. 1963년에 개관했지만 폐관한 마당에 몇 주년을 기념할 일은 아니다. 굳이 올해가 뜻 깊다고 하는 건 2006년 폐관 후 작년 철거 위기까지 갔던 아카데미극장에서, 정확히 말하면 아카데미극장 '안'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해 원했던 모든 이들에게 뜻 깊은 해인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2016년 처음으로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행사인 '아카데미로의 초대' 때부터 2017년 원주역사박물관과 함께 '먼지 쌓인 극장에 불을 켜다' 전시를 했을 때에도 극장과의 협의가 수월하지 않았다. 그나마 원주 단관극장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씨도로>를 만들 때는 아카데미극장 초대 미술부장과의 연으로 극장 안에서 일부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시민자산화 방안을 찾아보고, 강원도 혁신포럼을 통해 아카데미극장 매입을 타진해봐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었다.

 작년부터 상황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역사박물관에서 어쩌면 중앙동에 가장 걸맞는 옷인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을 신청하고 실사를 진행했다. 등록문화재 동의서가 충분하지 못해 탈락하기는 했지만, 실사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아카데미극장, 카톨릭센터 등 원주의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원주시는 문화재청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이 선정된다는 전제 하에 아카데미극장 옆 주차장을 매입하는 것에 동의를 구했고 의회에서 승인되었다. 아카데미극장 매입 조건이기도 했지만, 아카데미극장 재생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필수요소였던 주차장 매입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이에 더해 구도심 활성화에 아카데미극장 재생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 공감한 소유주의 협력도 얻게 되었다. 등록문화재 동의서 추가만으로는 사업 선정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주가 근대역사공간을 활용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카데미극장 안에서 극장의 전통성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펼칠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올해 여름 문화재청 공모사업이 다시 공고될 것이다. 원주역사박물관과 미디어센터는 아카데미극장의 재생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극단 노뜰,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등 지역의 문화자원과 협력하고 문화재생의 노하우를 나누고자 서울사람들도 만나러 갈 예정이다.

 1963년에 만들어져 영화를 보고, 시민노래자랑을 했고, 토론을 이어갔던 장소가 철거 앞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원주시민들의 기억이, 원주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무도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이야기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2020년 여태 아카데미극장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애써왔던 모든 사람들과 사람이 찾는 중앙동이 되었으면 바라는 시민들, 새롭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콘텐츠를 원하는 젊은 마음들이 모여 같이 극장의 미래를 그려나갔으면 한다. 넓디넓은 상영관과 구석구석 보물이 숨겨진 아카데미극장 '안'에 말이다.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