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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기특한 청소년들의 정치를 위해

기사승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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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학생의 정치 참여, 집회, 시위와 같은 집단행동을 막는 학칙이 존재…우리는 정치를 통해서 서로가 원하는 삶과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만 18세 선거권이 드디어 통과되었다. 그동안 청소년 참정권을 위해 외쳐왔던 외침이 무색해질 만큼 선거 연령 하향의 목소리는 빠르게 국회를 통과했고 총선 4개월 전, 우리는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얻은 선거권에 당황한 것도 잠시, 우리의 권리를 드디어 쟁취했다는 기쁨이 제일 먼저 찾아왔다. 얼마 남지 않은 첫 선거에는 청소년들이 참가할 수 있다는 걸 보고 너무 설렜다. 이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정치에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가 없었다. 원주시 국회의원들의 정책들을 찾아봐도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들은 없었다. 정당들도 똑같았다. 청소년을 위한 공약들은 거의 없었고, 청소년 유권자들을 신경 쓰는 모습들도 보이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첫 선거라는 명색이 무색하게도, 청소년들을 위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선거권만 가지게 되면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것이라는 내 생각은 무너졌다.

 이번 선거는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선거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있더라도 청소년과 관련된 공약들이 없으면 청소년 참정권은 그 의미를 실현하기 힘들다. 또한,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한 선거연령 하향의 의미는 사라진다. 특히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있는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정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면 청소년 참정권은 진정한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제한되고 있다. 아직도 학생의 정치 참여, 집회, 시위와 같은 집단행동을 막는 학칙들이 존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18세 유권자를 상대로 한 안내 자료에서도,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규제하고 있는 규정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같은 반 친구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른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과 같은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참정권의 역사는 확대돼 왔다.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만 18세 선거권은 참정권 확대의 시작이다. 하지만 선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정치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 새로운 유권자들에 대한 공약이 만들어질 때, 그들의 목소리에 제약이 없어질 때 우리는 진짜 정치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공부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치를 통해서 서로가 원하는 삶과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의 행동이 더 이상 기특하거나 주제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청소년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기특한' 청소년에서 이제는 당연한 권리를 실현하는 '안 기특한' 시민이 되었다. 기특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정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이다슬 북원여고3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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