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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추고, 다시 바라보는 문화도시

기사승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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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운동의 본향으로 인식되는 원주의 실천은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화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출근을 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치악산을 바라보며 하루를 가늠해 보는 일입니다. 치악산의 아름다운 능선이 잘 보이는 날은 제 마음도 맑아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자랑하고 싶은 풍경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치악산의 모습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인 거 같았습니다. 잘 보일 때보다 안 보일 때가 많아졌지요. 그런데 요즘 참 잘 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치악산의 전경을 눈에 담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는 모두가 힘든 시기를 만듦과 동시에 우리 도시의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요즈음 문화도시 센터는 '안으로부터의 문화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찾아가는 것인데 물리적 거리가 중요한 이 시기를 틈타 그동안 소홀했던 우리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는 '도시 정체성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중 '생명존중의 도시 원주'를 주제로 무위당학교 황도근 교장선생님과 함께 코로나19가 한국사회와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해, 오랫동안 승승장구하던 대도시의 시대가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리고 산업문명에서 생명, 환경, 생태, 돌봄의 지역공동체가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예측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과학과 공권력(정부), 언론 등이 신뢰를 쌓으면 시민사회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합니다.

 빌 게이츠는 테드(TED)의 크리스 앤더슨과의 인터뷰에서 "과학 및 데이터 공유 측면에서 전 세계에서 훌륭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19 확산 통제를 위한 각국의 협력이 추후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BBC 인터뷰를 통해 '개방성을 가진 활발한 민주주의'를 한국의 강점으로 뽑았습니다. 원주는 어떨까요? 원주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회는 무엇일까요?

 문화도시 센터는 2016년부터 원주시가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원주만의 고유한 역사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문화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해 원주민회, 원주공유테이블, 원주시민집담회, 100인 원탁회의 등 다양한 자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문화도시 정체성을 발견해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항실천의 도시, 생명존중의 도시, 일상예술의 도시, 포용성장의 도시, 소통공감의 도시, 협동나눔의 도시라는 6가지 의제가 도출되었습니다.

 이 의제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세계의 석학들이 이야기하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가치들과 의미가 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민주화운동에서 생명운동으로 전환되고,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성장해 온 과정은 앞으로의 원주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지식에 근거한 생각이라 조심스럽지만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시대의 화두입니다. 장일순 선생은 1977년 '인간만의 공생이 아니라 자연과도 공생을 하는 시대'가 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서 원주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공동체 운동을 위해 한살림 공부 모임을 전개해 왔습니다. 생명운동의 본향으로 인식되는 원주의 실천은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화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둘째,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원주 곳곳에 다양하게 발현되어 있습니다. 의료기기테크노밸리 등 생명과 연관된 의료산업이 활성화되었고, 혁신도시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대거 입주해 있습니다.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기반, 문창모 박사의 실천적 삶도 생명을 기반합니다. 이러한 자원이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의 사회변화 조건, 수도권 인접, 자연 등 지리환경 조건과 만나면 경제적, 문화적 성장의 모티브가 많이 발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일시적으로 치악산의 전경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우리 도시가 다시 바라보고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황도근 선생님의 수업 마지막 멘트는 '우리는 잠시 멈춰서서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였습니다.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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