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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거리를 둔 친밀감'으로

기사승인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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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지 않아도 나를 기억하고 돌보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와 소속감 느끼고 하루하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 하는 것

 

 현재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직을 수행하는 필자에게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최근 몇 개월은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수많은 어르신들과 복지관 직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 파견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 등…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관계 속 사람들의 안전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보다도 필자와 복지관 직원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복지관을 이용조차 하지 못했던 고립된 노인들의 상태였다.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없이는 식사, 위생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물론 하루 종일 압도하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결하기 어려운 이 어르신들의 안전이 가장 큰 긴장요인이었다.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모두가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정이지만, 이미 오랫동안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관계로부터 떨어져 있던' 취약 노인들에게는 이 거리가 '도움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두려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립감'으로 경험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지원 중단으로 생활기반이 위축되는 어려움이나 심리·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문제는 비단 취약한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는 전염성 질환으로서의 위기감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러한 위기에서 어떤 지지적인 관계망을 만들어가야하는 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자신과 서로의 안전을 위해 두었던 사회적 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1m, 2m 간격을 놓는 물리적 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 물리적 거리 두기가 우리 사람들 간의 관계 거리두기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만나지 않는 것이 편하고, 괜찮고, 익숙해지지' 않았음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사회적 거리'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사회적 약속으로 지켜야할 덕목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제 '거리를 둔 친밀감'을 제안하려 한다. 최근 이를 위해 우리 복지관 직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고립된 어르신들의 안부와 위기를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하고 어르신들이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우리 지역사회와 연결되어있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관과 공유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무게를 두고 있는 '거리를 둔 친밀감'의 핵심은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춘 '소통과 공감'이다. 서로 만나지 않아도 어르신이 지역사회에서 나를 기억하고 돌보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와 소속감을 느끼고 하루하루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과 공감은 취약계층을 돕는 사회복지사나 일부 전문가들의 몫만은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감의 채널을 다양하게 펼쳐야할 시기이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어려움을 극복한 많은 깨달음과 성장을 가져온 만큼, 우리 원주시에는 사회적으로 자신의 소통 채널을 갖지 못한 이웃에게 관심을 두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공감하는 '거리를 둔 친밀감'의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과 희망을 가져본다.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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